“구수한 맛이 수입밀과 달라요”

“우리밀로 만들어서 더 구수하고 맛있어요.” “밀 타작하는 건 처음 봐요.”

지난 29일 합천군 초계면 폐교된 계남 초등학교에 100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2005 우리밀 밀사리 문화한마당’을 위해 경남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인 것이다. ‘밀사리’란 조금 덜 익은 밀을 꺾어서 불에 ‘살라’ 먹는다는 말이다.

올해로 10년째인 이 행사는 생산자와 도시 소비자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밀 살리기에 뜻을 같이 한다는데 의의를 두고 있다.

한여름 날씨를 무색케하는 뙤약볕에 마련된 여러 체험장에서 아이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난생 처음 해보는 것들에 재미를 느끼고 있었다.

“독서클럽을 통해 밀사리 소식을 듣고 체험을 하고 싶어 형이랑 같이 용돈으로 참가비를 마련했다”는 양한상(창원 사화초교 6)군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밀 타작이 재미있는 듯 자리를 뜰 줄 모른다.

한마당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밀사리 장’에는 손에 밀을 한주먹씩 들고 불에 살라먹는 사람들이 동그랗게 모여 있고, ‘여치집 만들기’ 장에는 모두 꼼꼼히 밀대를 꺾어 올리는데 여념이 없다. 김병철(41·대구 산격2동)씨는 여치집을 만들며 “어릴 때 만들던 것들을 오랜만에 해보니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고 추억했다.

밀 타작·새끼꼬기·뻥튀기…도시 아이들 특별한 체험

그 옆의 ‘뻥튀기’장에는 할아버지가 밀을 튀겨 주면 아이들이 밀 뻥튀기가 담긴 큰 대야를 빈틈없이 둘러싸고 앉아 손으로 집어 먹는다. 옆의 ‘황토 물들이기’코너에서는 속옷 티셔츠 할 것 없이 황톳물을 들여 빨랫줄에 줄지어 널어놨다. 대나무 대를 이용한 ‘허수아비 만들기’ ‘새끼꼬기’를 포함해 모두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낯선 풍경과 체험들이다.

우리 농산물과 수입농산물을 비교 전시한 코너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시장에서 눈으로 식별할 수 있게끔 곡물의 특징이 설명으로 붙여져 있다. 우리밀 빵, 국수, 라면, 과자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이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에게 특별 할인가로 판매도 됐다.

우리밀 먹거리 체험도 인기가 높았다. 우리밀 국수, 우리밀 부침개, 우리밀 만두, 우리밀 막걸리, 우리밀 붕어빵이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졌다. 줄지은 먹거리 행렬에 고소한 내가 진동을 했다.

접시에 먹을 것을 받아 들고 그늘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 앉았다. 가족이 함께 온 정기수(39·진해시 여좌동)씨는 우리밀 국수를 먹으며 “구수한 맛이 수입밀과 다른 것 같다”며 “느끼하게 밀리는(?) 맛이 없다”고 평했다. 아들 정인 군은 우리밀 붕어빵을 “우리밀로 만들어서 더 맛있어요”라며 덥석덥석 베어 먹었다.

(사)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본부 문영진 사무국장은 “우리밀은 벼 수확 후 11월 파종해 6월 초 모내기 직전에 추수를 하는 겨울 작물로 병해충 피해가 없어 농약을 치지 않는다”며 “예전에는 우리밀이 거칠고 맛이 없었지만 요즘은 가공 기술이 발달해 오히려 고소한 맛이 더하다”고 설명했다.

박경희(34·진해시 신흥동)씨는 “평소 우리밀을 쉽게 구입하기 힘들어 먹지 못했었는데 오늘 행사에 참가해보니 우리밀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농협에서 우리밀 유통·보급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밀 국수·부침개 무료제공…행사 내내 고소한 냄새

좋은 취지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자리였지만 행사 진행에 미숙한 점도 눈에 띄었다. 참가 인원의 반 이상이 어린이였는데 프로그램은 어른들 중심이어서 아이들은 많이 힘들어했다. 또한 무더운 날 식수 공급도 원활히 되지 않았고, 식사로 제공된 우리밀 국수는 한시간 가까이 줄을 서야 먹을 수 있었다. 뜨거운 햇살에 서서 기다리기 지쳐 밥 먹기를 포기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았다. 여치집을 만드는 체험장에는 가위가 부족해 여남은 명이 가위 한 개를 돌아가며 쓰느라 불편함이 더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익한 장이었으나 무더운 날씨와 많은 인원을 소화해 내지 못하는 식사 준비로 참가자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어, 주최측에서 행사 준비에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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