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서울 용산의 어느 주상복합 아파트에 25만명이 줄을 섰다. 깔려 죽는 줄 알았다면서 청약서류를 꼭 품에 안고 ‘한방의 가능성’을 믿으며 흡사 로또 복권을 떠올리는 심정으로 덤벼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청약증거금만 해도 7조원이다. 시중 부동자금이 게릴라식으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해외토픽감이었다. 우리지역 창원이 요즘 그렇다. 셋만 모이면 초고층 오피스텔 분양에 관한 얘기가 나온다. 밑져야 본전이고 걸리기만 하면 몇 억씩 붙는다는데 가만 앉아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턱없이 부풀려진 분양가

시행사가 사탕발림으로 유혹한다. 서울 도곡동 주상복합아파트 ‘타워팰리스’ 와 같은 개념으로 유인한다. 하지만 창원의 ‘더 시티7’은 오피스텔이다. 아파트가 아니다. 주거전용이 아닌 오피스텔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무실이기 때문에 욕조와 베란다가 없다. 만약 사무실로 사용하지 않고 전부 주거용으로 사용할 경우 건축법상 많은 벌금과 징역이 따른다. 그래서 애당초부터 벤처기업이나 외국바이어를 대상으로 분양할 목적이었다고 당국이 말하기도 했다.

애당초 분양가도 턱없이 부풀려졌다. 최고가 1414만원으로 신청했던 것이다. 관련 당국이 눈감고 있었고 시행사도 경거망동했다. 지역 여론을 떠본 것이다. 다행히 제대로 된 언론매체가 가만 놔두질 않았다. KBS와 MBC, 그리고 경남도민일보가 시민들의 알권리를 제대로 짚었다. 그래서 단번에 분양가를 수백만원 낮출 것으로 보인다. 주먹구구식 행정에 일침을 놓은 셈이다. 소위 집값 걱정에 영일이 없는 공복들로 그려지는 그들에게 양심의 언론매체가 한 수 가르쳐 준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 파수꾼들의 쾌거다.

왜 창원시가 시행사인 양 발 벗고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후분양제 하루전날 건축허가를 내줘 특혜를 준 것부터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분양가 승인과정에서 일언반구 없는 태도도 오만방자했다. 오피스텔은 실내 전용면적이 아파트보다 보통 20~30% 정도 작다는 것을 일반인들도 알고 있다.

그리고 관리비도 아파트보다 턱없이 비싸 팔려고 내 놓아도 잘 안 팔린다는 것 또한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관계당국은 “상업용 건축물이라서 분양가에 대한 규제는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늘어놓고 있다.

그렇다면 관계당국은 무엇을 감시하고 지도한단 말인가. 우리는 최근 2~3년 사이, 창원시가 ‘땅 장사’를 잘해 시민의 원망과 분노를 샀던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창원 중동에 아파트부지를 민간업체에게 경쟁을 시켜 팔면서 엄청난 차익을 남긴 사실을 놓고 누가 ‘꿀꺽’ 했니 안 했니를 따지던 때도 있었다. 따라서 창원시는 집값을 올린 원인제공자가 되어 투기과열지구의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또 있다.

창원 삼정자동에 불쌍한 원주민들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몇 십 배의 차익을 남기고 민간 건설업체에 팔았던 사실도 기억한다. 놀란 것은 그때 3000평을 보상받은 원주민이 지금 그곳의 35평 짜리 아파트 한 채 도 못산다는 것이다. 푸념과 하소연으로 하루같이 가슴에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오피스텔 이야기로 돌아가자.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넣고 보자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것도 우리지역도 아닌 서울이나 부산에서 온 큰손들이 굿판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즉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헤지(hedge)펀드가 창원에 깔렸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따먹기 식’ 의 머니게임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다.

투기성 자금 판치는 창원

수수방관하면 보복을 당한다. 고스란히 지역민들만 손해를 본다. 치고 빠지는 그들에게 놀아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폭풍이 한바탕 휩쓴 허망된 광야를 생각하면 맞다. 막차 타는 지역민은 발목이 묶인다.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투기성 자금인 헤지펀드는 규제할 방법은 별로 없다. 하지만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팔았을 때, 제대로 세금신고를 했는가 하는 문제 등은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다면 분명 국세청과 검찰이 칼을 뽑아야 한다.

폭풍전야다. 주택투기지역에다 투기과열지구의 꼬리를 아직 떼지도 않은 창원이다. 여기에다 한 수 더 떠 ‘주택거래신고지역’ 이란 극약처방까지 곧 내려온다. 꼭 그런 방법으로 부동산정책을 펴야하는지, 관(官)에 지혜가 딸리면 민(民)에 물어볼 일이다.

/정상철(창신대교수·한국부동산학회 부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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