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너 스스로 멘토가 되라 쉘라 웰링턴&캐털리스트 지음ㅣ해냄사

겉으로 보긴 조용하고 내면적인 딸아이가 어느 날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며 내어밀었다. 대강 보니 엄마가 좋아 할 것 같으니 먼저 읽어 보란다. 제목부터 우선 나를 끌게 하기에 충분한 책임에 틀림없다. 스무살 아이가 읽어 내려가기엔 너무 딱딱하고 때로는 살벌하게 보이는 내용들을 읽어 내려가는데 책을 사서 건네준 남자아이의 메모가 눈에 띄어 웃음이 나왔다.

   
‘너처럼 약하고 소극적인 아이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는 요지의 메모였는데 딸아이를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봤다는 생각 때문에 나온 웃음이다. 나름대로 자기 정체성이 강하며 나로부터 세례 받은 여성의식 때문에 종종 분노하길 잘 하는데, 그걸 못보고 너의 내숭에 넘어갔나보다며 아이를 놀렸는데, 그것 역시 저 나름의 콘셉트이니 놀리지 말란다.

아직은 씩씩함과 당당함이 경쟁력이 되지 못하는 우리사회 여성의 현실을 아이는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드러냄에 있어서 많은 단계와 때로는 위장이 필요한 게 분명한 우리 여성의 현실이다. 어떤 직장에서건 상하간이나 동료간의 관계에서 여성이 소극적이고 약해 보일 때에나 손을 내밀어주고 지원해주는 정서는 여전히 시퍼런 현실이다. 여성끼리 서로 연대할줄 모른다며 비웃기를 잘하는 남성들은 연대력이 대단하다. 군대에서 배워온 정치력이라고 하지만 아마 가부장 사회의 시혜가 더 큰 건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이 때문에 남성에 비해 여성의 승진이나 출세가 힘들다는 건 이미 상식이다.

이 책에서 작가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승진이 빠르고 능력인정을 잘 받는 이유를 직장 세계의 은밀한 규칙을 일러주고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후원자 즉, 멘토를 얻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들고 있다. 그래서 남성이 지배하는 일의 세계에서 어떻게 여성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멘토가 되는 법을 알려 주려한다는 요지의 집필의도를 밝혔다.

스스로를 칭찬하며 최고가 되는 걸로 만족하지 말고 끝없이 노하우를 쌓으며 철저한 전문가가 되라는 명제를 던진 후, 기다리지 말고 시도하라는 조언은 다소 나를 주눅들게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 갖기를 위하여 부단한 노력과 타협이 있어야 하며, 가장 자신다운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회의 때마다 다른 스타일을 구사하고, 감정 분출을 삼가며, 자신감을 발산하되, 유머감각을 잃지 말며, 자기를 세운 후에는 팀 플레이어를 통해 수평적 위치를 확보하라는 지령에 가까운 제언들은 잠시동안 나를 숨 막히게도 한다. 스스로 멘토 되기가 어찌 쉬우랴. 가끔 아이들의 대학 입시지도를 할 때 여학생들에게 여대를 권하곤 한다.

함께 연대할 수 있어 좋고 사회를 나와서 멘토를 찾기 쉽다는 남성논리를 들어 설득하면 여자들끼리 모여 복작거리는 여대가 싫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남성들의 세계에서 적당히 보호받으며 적당히 승진하고 적당히 대접받고, 적당히 적당히에 안도감을 느낀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이 나오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스스로 멘토 되기 뿐만 아니라 멘토 찾기와 누구에게 멘토 되어 주는 법까지 제시하고 있어 나의 많은 고민을 해결해 준다. ‘서로 멘토가 되어주어라’ 라는 구절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따뜻하고 힘나는 말이다.

나 스스로 나의 멘토가 될 수 있었을 때 비로소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음을 안다는 것은 참 큰 힘이다. 그것이 바로 연대요, 남성세계와의 진정한 조화를 모색할 수 있는 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딸아이에게 이 멋진 복음을 어떻게 전할까 사뭇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박덕선(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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