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중소기업 협력포럼’이 창원에서 열렸다고 한다. 이 날 행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의 관계를 맺고 있는 몇 개의 사례가 발표되긴 하였지만, 우리사회에서 이 사례를 일반적 사례라고 평가하기는 여전히 곤란하다.

우리사회에서 공식적인 자리라고 하더라도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처지를 설명하기보다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분위기에 익숙한 실정이다. 왜냐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흔히들 계약당사자 갑과 을의 관계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지배와 피지배가 문제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대기업이 자신들의 비용부담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비도덕적인 행태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은 하소연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물론 중소기업이 이런 일방적 지배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기술개발, 시설재투자 그리고 독립적인 판매망 확보와 같은 활로가 필요하다.

그러나 원·하청관계에 놓인 중소기업의 채산성은 시간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현실을 무시하고 중소기업들에게 자신들의 생존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라고 할 수는 없다. 게다가 경영상태가 부실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하여 대기업이 스스로 도덕적인 태도를 취하라고 주장할 수만은 더욱 없다. 이런 현실적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재정적 지원정책으로 한정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돕기 위한 산학연계체제의 구축을 위한 인적 지원을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기업간 불공정 거래행위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장치 역시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근대적인 어음거래관행이 존재하는 한 기업간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점이다.

수출 대기업의 호황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내수 중소기업의 장기불황을 시장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전국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2003년 기준 총 약 1473만 명의 종사자 중에서 1000인상의 대기업이 고용하는 인원이 약 77만5000명에 불과하다. 경제활동인구의 거의 대부분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체계화하는 것은 지극히도 당연한 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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