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는 쌀 협상 실태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보통의 국정조사가 언론의 지대한 관심과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과 다르게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민의 한사람으로 이번 국정조사를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언론과 국민의 반응이 너무도 농업과 농민에게서 멀어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쌀이란 단순히 농업을 구성하는 하나의 작목이 아니라 민족의 문화와 주권이 직결된 문제임을 농민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왔지만 되돌아오는 메아리는 공허함뿐이라는 느낌이다. 이러한 느낌이 농민이기 때문에 드는 자격지심 때문일까.

국민과 언론의 무관심

정부와 여당은 이번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협상전문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관례와 협상당사국의 반발을 우려해 비공개를 전제로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하지만 최근 확인된 소식들은 방대한 자료조사를 위해 야당의원이 추천한 전문위원에 대해 자료접근을 불허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외교관례를 중시하더라도 자국의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조차 자료접근을 막고 전문위원의 자료접근을 막는다면 이것이 지나치게 상대국을 배려하는 차원의 조치를 넘어 자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 할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를 통해 이미 밝혀진 의혹들을 명확히 밝히고자 하는데 의미가 있음에도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의 자료접근을 막는 것은 결국 의혹을 해소하기보다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농민들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신뢰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이러한 의문들을 해소하고 보도해야할 언론은 이번 국정조사를 가십거리정도로 보도하고 있다. 다른 문제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무수한 추측기사를 생산해내는 언론들이 쌀 문제에 있어서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것이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관심의 결여를 반영한 것인지 언론의 농업관이 반영된 것인지 자못 궁금한 대목이다. 어쨌든 쌀 협상과 관련한 국정조사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국정조사와 관련된 내용을 언론에서 찾아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언제부터인지 언론에서 농업문제는 한 구석으로 밀려나고 국민들도 농업문제는 농민들의 문제로 인식되어 왔으니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부와 여당이 국정조사를 받아 들였다면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농민들의 불신을 해소할 수 없으며 오히려 농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금 농민들은 모내기를 앞두고 심리적 공황 상태에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국정조사가 면피용 국정조사로 끝난다면 농민들의 분노는 정부와 여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언론도 침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주식인 쌀의 문제를 정부가 어떻게 협상했는지에 대해 언론 본연의 임무인 국민의 알권리와 권력에 대한 감시를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쌀 사라진 뒤 후회할 것인가

지금 농민들의 가슴은 타다못해 숯덩이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이제 농민들은 극단의 방법인 파업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를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있다. 정부가 이러한 파국을 막고자 한다면 이번 국정조사를 비공개라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지 말고 협상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잘못이 있다면 국민에게 사죄하고 잘못이 없다면 잘못 알려지고 전달된 부분에 대해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을 납득시키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한 점 의혹 없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오판하여 다시 농민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경찰을 동원하여 막아서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지말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풀어가길 바란다.

국민들도 이번 국정조사를 관심 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농민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관계가 있고 바로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목전의 이익보다 장기적 안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이익인지 생각해야할 때이다. 그것은 쌀이 사라지고 난 뒤에는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과 시간 그리고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정현(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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