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생태문학제 정순진 교수 주제발표

지난 21·22일 창녕 우포에서는 창녕문협의 주최로 제3회 우포생태문학제가 열렸다.

백일장과 동화구연대회·축하공연·어린이 시낭송대회 등 많은 행사가 기획됐지만 그중 가장 진지하게 진행된 것이 ‘자연과 여성’을 주제로 한 문학 세미나. 100여명의 참여자가 우포늪 주차장에 마련된 야외 무대 앞에 모인 가운데 이성모 마산대 교수의 사회로 구모룡·정순진 교수가 주제발표를 하고, 한정호씨와 김혜정씨가 토론자로 나섰다.

   
이날 세미나에서 정 교수는 생태적인 것이 즉 여성적인 것으로,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시점에서 자연과 여성의 공통점은 ‘권력 없음’으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와 권력 없는 존재에 ‘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자 예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때 범하기 쉬운 잘못으로 정 교수는 ‘여성’과 ‘자연’을 본래부터 아름답고 잘 참으며 신비로운 존재로 미화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신비화는 결국 실상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자연에도 그대로 적용돼 우포를 노래하는 시 대부분이 우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찬양하고 신비화하고 있는데 그친다고 꼬집었다.

즉 생태주의적 가치와 여성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표현한 시는 많지않다고 말했다.

정교수는 여성과 자연은 ‘살리다’를 어원으로 하는 ‘살림’의 존재로, 이러한 ‘살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권력없는 존재가 있는 존재를 살게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상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토론 과정에서 정 교수는 여성과 남성을 수직적 관계로 보고 논의를 이끈 것이 아니냐는 김혜정씨의 질문에 이분법은 수평적으로 보이지만 결코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이루어진 관계라며 이를 수평으로 바꾸는 것이 21세기의 과제라고 답했다.

‘살림’을 강조하면 여성의 약자적 이미지를 고정화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딜레마라고 인정하고 사회 전체가 살림의 중요한 가치를 인식하고 사회를 움직이는 원칙에 살림의 원칙이 들어가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것이냐, 죽이는 일을 할 것이냐를 선택하는 순간을 인식할 때 상생의 길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구 교수는 화해·평화·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 ‘시’지만 오늘날 자본주의 논리에 밀려 변두리화 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남과 차이나는 특별하고 개성적인 것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와 생태적인 세상·공동체적 세상을 추구하며 문화운동을 이끌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구 교수는 시와 여성·자연이 어떠한 점에서 근대의 ‘타자’인지 묻는 한정호씨의 질의에 여성과 남성, 동양과 서양, 주체와 타자 등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니라 다양성을 얘기해야 한다며 시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은 각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며 근대 속에서 근대를 넘어서는 다양하고 복합적 사고를 궁극적으로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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