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공동조사 앞두고 민간위원 전망

내달 시작되는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 공사에 대한 민관 공동조사를 하면 터널이 천성산의 지하수와 습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제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민간조사단 전문위원들. 왼쪽부터 최송현 밀양대 교수, 함세영 부산대 교수, 정교철 안동대 교수, 지율 스님, 서재철 녹색연합 국장.
또 공단쪽에 전문가 참여가 많았던 예전과는 반대로 대책위쪽은 조사를 진행할 전문가를 모두 위촉했으나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오히려 전문가를 제대로 세우지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천성산 환경영향 공동조사 민간 전문위원인 함세영 부산대 지질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밤 양산 다람쥐 수련원에서 열린 ‘천성산 민간조사단 활동 지지·결의를 위한 천성산의 밤’ 행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함 교수는 자신의 지하수 분야에 대해 소개하면서 “정황으로 볼 때 터널이 무제치늪 같은 산지 습지나 지하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며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한다”며 “그러면 공단이 ‘터널이 지하수를 교란시키거나 새게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꿔 ‘(지하수가) 부분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만 터널과는 연관이 없다’고 입장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조사한 모델링을 증거 자료로 제시하기는 어려운데 왜냐하면 모델링 자체가 (확정된 결과가 아니라) 예측 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결론이 어떻게 날는지까지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함 교수는 이에 앞서 양수 시험과 추적자(tracer) 분석, 공개 유향 유수 분석 등 조사 방법을 소개한 다음 “천성산은 금정산과 마찬가지로 동래단층과 양산단층 사이에 남북으로 형성돼 있어 곳곳에 단층대와 구조대가 있다”며 터널 공사가 적합하지 않음을 역설했다.

함 교수는 아울러 환경보전지역으로 정해진 무제치늪에는 시추공을 뚫지 않기로 했으며 그 남쪽에 있는 대성늪과 그 둘레에 하나씩 구멍을 뚫어 습지가 빗물 때문에 이뤄졌는지(공단 주장), 아니면 아래 암반 대수층 때문에 이뤄졌는지(대책위 주장)를 가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생태계 분야 전문위원으로 참가하는 최송현 밀양대 조경학과 교수는 “여태까지는 공단쪽에 해당 분야 전문가가 많고 대책위쪽에는 거의 없다시피 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최 교수에 따르면 생태계 분야는 아홉 부문으로 나눠 조사하는데 민간위원은 모두 선임된 반면 공단쪽 위원은 5명밖에 선임되지 못했으며 이에 따라 민간위원만 있는 4개 부문 조사 결과는 그대로 제출돼 검토 확인을 받게 된다.

식생 식물상 포유류 양서파충류 조류(鳥類) 어류 무척추동물 담수 조류(藻類) 계곡 수질 등으로 나눠 조사하는데 이 가운데 여류 무척추동물 담수 조류 계곡 수질은 공단쪽 위원은 없고 민간위원만 있다. 이를 두고 천성산을 위한 종교·시민단체 연석회의 이정호 실무위원장은 “도롱뇽 소송에서도 전문가가 증인으로 나서주지 않아 패소하고 대법원에 걸려 있는데 이제 양심에 더해 학문적 깊이와 전문가적 식견까지 얻게 됐다”면서 반겼다.

지율 스님. /김훤주 기자

이날 행사에 나온 지율 스님은 “천성산이 크고 아름다워서 망가지면 안된다는 얘기가 아니고 높이 1000m도 안되는 천성산이 지켜지면 다른 많은 산들도 지켜질 것이기 때문에 지키려 한다”며 “망가지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곳곳을 다니며 습지 계곡을 찾게 됐고 그래서 천성산이 가장 아름다운 생태계를 갖췄음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100일 단식이 어렵기도 했지만 내용을 보면 헐거워짐과 비움을 비롯해 자연의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고정관념을 허무는 좋은 체험을 했기 때문에 몸을 다치지는 않았다”며 “어려움은 극복해야 할 일이지 괴로워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지율 스님이 100일 동안 단식하고 전국 곳곳에서 이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일어난 결과 성사된 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환경영향 민간 공동조사는 이달 4일 양쪽이 최종 합의함에 따라 내달부터 진행된다.

이날 열린 ‘천성산 민간조사단 활동 지지·결의를 위한 천성산의 밤’ 행사에는 지율 스님과 함세영·최송현 교수 등을 비롯해 녹색연합 녹색순례단·청년환경센터·양산도롱뇽소송시민행동 등이 참여했다. 공동조사단은 6월부터 석 달 동안 해당 분야를 공동으로 조사하고 보고서도 공동으로 만든다. 만약 견해 차이로 공동보고서를 내지 못하게 되면 조사 과정에서 나온 자료를 모두 대법원에 넘겨 마지막 판결을 기다리게 된다.

천성산의 밤. /김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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