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지난 3월 입사한 새내기 조합원 이균석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년을 놀았습니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깨알 만한 풀꽃에도 눈길을 주고 자세히 관찰하던 생활이었습니다. 깊고 느리고 조용한 리듬의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러한 생활이 지겹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질 즈음 도민일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수습생활 2개월 째. 아직 어리둥절한 마음이 ‘수습’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입사초기의 외롭고 두려운 느낌은 어느 정도 진정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노조에 가입해서 ‘조합원’이라는 이름도 하나 얻었습니다. 아직 가치 있는 기여를 하지는 못했지만 어엿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인정은 받은 셈입니다.

  언론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은 것임을 익히 들어왔습니다. 신문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신문을 바꾸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실제로 종이신문의 곤혹스러운 미래 앞에서 선배들의 노동은 힘들고 엄숙하고 지겨워 보입니다. 역사의 최전선에서 언론노동자의 삶은 초라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음주로 ‘연대’하는 날들 속에서 여전히 무기를 버리지 않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고민하는 사람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이미 포기한 사람은 고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선배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는 이유입니다. 사실 저는 이상주의자입니다. 유토피아가 ‘불가능’이라면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더욱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기어이 언론노동자의 길을 가려는 것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저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거슬러 출근을 합니다. 변비처럼 막힌 자동차들을 옆에 끼고 걷다 보면 저 멀리 도민일보의 간판이 보입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사무실. 청소를 끝낸  빈자리의 주인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냅니다. 선배들의 피곤한 얼굴에 따뜻한 연대의 인사를 보냅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이균석 조합원

[도미니 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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