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빨간 운동화’

이는 무용가 이사도라 텅칸이 신고 있는 발레슈즈의 색깔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거창초교 정봉근 교장이 15년된 빨간 운동화를 신고 다니면서 시간 날때마다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는 이유로 교사들과 학생들로부터 얻은 별칭이다.

별명처럼 정교장의 모든 생활은 근검절약으로 똘똘 뭉쳐있다. 10년된 구두와 정장을 착용하고 학교에 나오자마자 정교장이 제일 먼저 돌아보는 곳은 쓰레기장. 혹시 재활용 할 수 있는 학용품이나 물품들이 없나 살펴보기 위해서다.

만약 멀쩡한 학용품이나 쓸만한 물건이 버려져 있다면 교무실에는 금새 불호령이 떨어진다.

“근검절약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가난’이라는 모진 시련을 겪어봤을 거지만 아이들은 아닙니다. 절약이라는 기본 정서함양을 위해 제가 먼저 실천하는 것 뿐이죠.”

이처럼 어느새 몸에 베인 근검절약 정신은 정교장을 교육자료 수집광으로 바꿔놓았다. 자신의 손에 일단 들어온 물건은 절대 버리지 않기 모아두기 때문에 생긴 취미가 ‘교육자료수집’.

43년전 교단에 들었을 때 받은 첫 월급봉투와 교무수첩을 비롯,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누렇게 변한 학습지도안, 교육청 발행 지도서 등 그의 손에 들어온 교육자료라면 대부분 10평 남짓한 그의 서재에 모아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교장이 지금까지 모아둔 희귀한 교육자료뿐 아니라 자신의 초등학교 성적표 및 개근상, 그리고 학급경영록?교단일기 등 개인자료도 있다. “아마 40여년간 경남교육의 변천사를 제 서재에서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같은 자린고비 정신으로 인해 얼마전 진주교대에서는 정교장 서재에 있는 자료를 교대 도서관으로 기탁할 경우 ‘정봉근관’이라는 별도 코너를 마련해 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에게 필요없는 물건을 내버리기 일쑨데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겁니다. 버리지 말고 아껴쓰며 살던 옛 생활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정교장의 43년 교직생활에 절대 변하지 않고 있는 교육철학은 바로 ‘근검절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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