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씨 함안서 강연

‘얼쑤!’‘좋다!’

메기고 받는 소리가 정겹다. 19일 오후 2시 함안군청 3층 회의실에서 열린 제49회 함안군민대학 일일 강사로 초청된 국악인 김성녀씨가 ‘우리 소리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특별한 국악사랑을 얘기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성녀씨는 진도아리랑·뱃노랠새타령의 멋드러진 민요 가락에 우리 소리 강의를 버무려 듣는 이들의 고개가 절로 까딱까딱했고, 어깨가 들썩이도록 신명나는 우리 소리에 대한 ‘공부판’을 펼쳐내 3층 강당을 꽉 채운 청중들의 박수를 받았다.

오는 6월 여우시리즈 두 번째 공연을 맡게 돼 모노드라마를 한편 준비하고 있다는 김성녀씨는 김해공항에 도착한 후 움직이는 차 속에서도 대본을 손에서 놓치 않는 열정을 보였다. 6월 10일 즈음부터 시작한다는 그의 모노드라마는 서울에 있는 300석 규모의 극장에서 40일간의 장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국악인으로, 연극배우로, 교수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성녀씨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할까.

그는 국악인이니 배우니 하는 것은 하나의 수식어일 뿐이라고 말한다. 무대예술가로서 하나의 큰 뿌리에 많은 잔뿌리와 비슷한 의미일 뿐이라는 것. 좋은 교수로, 좋은 배우로 장소와 그릇에 맞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대답에서 무대를 향한 그의 열정과 욕심을 읽을 수 있었다.

중앙대 국악대학원 학과장을 맡고 있으면서 한편의 모노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김성녀 씨에게 전국을 돌며 하는 소리에 대한 강연에 부담에 되지 않는 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보았다.

“국악이라고 하는 장르는 참으로 열악합니다. 아무래도 우리 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상식적인 선에서 대중들에게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싶은 욕심에 독립 운동하는 심정으로 뛰고 있습니다. 대중에게 실기자인 제가 나서서 친숙하고 쉽게, 살아있는 말로써 국악을 설명한다면 더 친근하게 이해되지 않겠어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런 강연은 꾸준히 하고 싶고 또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양음악은 고급화하면서 대우해 주는 풍토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사농공상의 유교적 사상 속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천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이 한국음악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국음악을 천시하고 서양음악을 고급시 하는 것도 문화사대주의 때문이 아니겠냐며 국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육을 계속하면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겠냐고 희망을 전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권 때도 문화대통령이라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어요. 그러나 취임식 때 풍경은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식전행사에는 국악을 넣고 정작 본행사에는 서양음악을 하는 소프라노를 불러서 노래하는 거예요. 전 세계에 방송되는 이같은 중요한 일에 서양음악과 우리음악을 동등한 위치에 놓아준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아쉬움이 많아요.”

국악인 김성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마당놀이’다. 마당놀이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신명이 난 듯 마당놀이에 대해 한 판 멋지게 풀어놓는다.

“한 마디로 전통을 현대화했다고 표현할 수 있지요. 마당놀이는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축제마당이자 놀이마당을 표현한 것이지요. 그러나 그 속에는 사회를 풍자하는 깊이가 함께 합니다. 웃음 속에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비수가 숨겨져 있지요. 그래서 더욱 신명나고 통쾌한 한 마당입니다. 이런 한국적 연희 마당을 알아주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죠. 해외 공연을 가끔 가는데 교민들이 이런 말을 해요. 마당놀이를 보고 나니 외국에 나와 처음으로 태극기를 봤을 때의 감격을 느꼈다고. 그런 만큼 우리 것을 생활화하고 대중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건강이 닿는 한 무대에 서고 싶다며 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그 공간을 사랑하기 때문에 생의 마감을 무대 위에서 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현재 교직에 몸 담고 있는 만큼 학문의 업적을 남기고 싶은 욕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창배 선생님의 ‘가창대계’라는 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음악을 집대성한 책인데 이것을 더 보완하고 다듬어서 악보도 넣고 해서 ‘신가창대계’로 집대성해 보고 싶어요.”

우리 소리를 사랑하고 알리는 ‘국악운동’에 앞장서는 그의 행보에 함안군민들이 외쳐준 “잘한다!”는 추임새가 더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채지혜·조현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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