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요리 인생, 초밥에 고스란히

육호광장에서 가야백화점으로 새로 닦은 길을 따라 80m쯤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깨끗이 지은 3층 건물에 일식초밥집이 있다. 이집의 이름은 동원정으로 동녘 ‘동’자에 동산 ‘원’자, 주막 ‘정’자를 쓴다. 손님들이 편히 쉬어가길 원한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다.

이집의 주인인 탁정남씨는 42년 전 함흥집을 시작으로 마산의 큰 식당을 거의 다 거쳤다. 마산 뿐 아니라 서울·부산의 유명한 일식집뿐 아니라 외항선의 조리장으로 15년을 지냈다. 요리로 점철된 인생이다. 올해 나이 64. 그는 작년 12월 동원정을 열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냈다.

30년 전 이 곳에 작은 한옥을 사놨었는데 2001년 도로가 개설되면서 직접 살기로 마음을 먹고 집을 지은 것이다. 세가 아닌 자기 건물에서 직접 요리하니 다른 일식집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음식도 푸짐하다.  다른 집에서 같은 가격에 생선초밥을 1인분에 8피를 주면 동원정에서는 9피를 주는 식으로 가격 내에서 최대한 손님에게 할 수 있는 만큼 해주는 것이다.
 
주인도 오랜 요리인생 끝에 장만한 자신의 가게다보니 “내 집에 손님이 많이 드나드는 것이 돈 버는 것”이라며 “내가 만든 음식을 손님이 맛있게 잘 먹고 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메뉴는 초밥, 매운탕, 생선회, 아구수육, 새우튀김, 초밥 세트메뉴(A·B)까지 다양하다. 제일 비싼 메뉴인 회도 2만원을 넘지 않는다. 일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저녁에 동무들과 술잔 기울이며 식사해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럼 120가지의 생선초밥을 만들 실력을 갖춘, 40여년의 요리인생이 그대로 배어든 일식 주방장의 솜씨를 만끽해보자. 초밥세트A를 시키니 14가지 음식이 순서대로 착착 나온다. 광어와 돔이 도톰하게 썰어져 담겨있는 회 한 접시와, 와사비의 연두 빛이 예쁘게 비치는 생선초밥, 밥과 야채를 김으로 고깔모양으로 싼 후 연어알을 얹인 ‘데까마끼’, 튀김, 복껍질 무침, 장어, 마구로, 복수육, 꽁치구이, 문어 삶은 것, 고동 삶은 것, 마구로 무침, 은행 볶은 것, 유부초밥이 상을 빈틈없이 메운다. 기본적으로 나오는 초생강, 오이소박이 김치, 간장의 빛깔도 눈으로 먹어도 될 만큼 곱다.

먼저 초밥을 간장소스에 찍어 먹으니 싱싱한 회가 톡톡 터지는 느낌마저 든다. 부드러운 생선살이 혀를 간지럽히나 싶더니 이내 와사비의 톡 쏘는 강렬함이 입안에 퍼진다. 연어알 초밥을 한입 덥썩 베어 물었다. 꼭꼭 씹으며 연어알을 톡톡 터트리는 맛이 재미있다. 새우와 야채가 푸짐하게 담긴 튀김은 바삭할 뿐 아니라 “튀김 진짜 맛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쫄깃한 아구수육, 달지도 짜지도 않은 장어구이, 새콤 달콤 마구로 무침,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삶은 문어, 한입에 쏙 들어가는 유부초밥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제 맛을 한껏 낸다. 모두 싱싱하고 깔끔하다.

주인이 음식 남기는 것을 싫어해서 접시마다 음식을 일부러 조금씩 담는다. 그러나 손님을 배부르게 하고픈 마음도 크다. 그러니 모자라는 사람은 더 달라고 하고, 음식이 남았을 경우는 싸달라고 하자. 음식을 버리지 않게 되니 주인이 기분 좋게 포장해준다.

탁정남씨는 재료의 싱싱함과 위생에 가장 신경을 쓴다. 싱싱한 복어를 쓰기위해 부산까지 찾을 정도다. 그날 쓸 재료는 매일 새벽 장을 본다. 생선도 제철일 때 가장 맛있으므로 그때 그때의 시장 사정에 따라 담아내는 생선의 종류도 바뀐다.

또한 날 음식을 다루다 보니 식기를 열소독하고 손을 항상 깨끗이 유지한다. 아무리 급해도 절대 돈 계산을 하지 않는다. 청결한 음식을 손님에게 내겠다는 의지가 굳다. 그래도 만약을 대비해 1억원 음식물 책임보험에 가입했다. 얼마 있으면 마산시 지정 스마일 업소로 지정될 예정이다.

시내 한복판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야 하지만 한번 왔던 사람은 대부분 단골이 된다. 정갈한 맛에 저렴한 가격, 질 좋은 음식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들렀던 사람들의 입소문을 듣고 또 다른 사람이 들리며 주방장 할아버지와 친구처럼 이야기도 나눈다. 배터지게 먹어도 2만원이니 손님들이 “이런 음식에 이 가격 받아 안 망하느냐?”고 걱정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주인장은 “적자만 안 나면 된다”며 손님에게 하나라도 더해주려 한다.

음식 뿐 아니라 가게 내부도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깨끗하다. 2층에는 좌석이 앉을 수 있게 되어 있어 모임을 하기에도 적당하다. 이럴 경우 사전 예약을 하면 더 좋다.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집, 동원정에서 회가 밥을 환상적으로 감싼 맛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 전화 : 242-7176
△ 주요메뉴 : 유부·김초밥(각 4000원), 회덮밥·회백반(각 5000원), 생선초밥·복지리(각 6000원), 회백반·복껍질 무침(각 1만원), 새우튀김(1만 5000원), 생선회·복수육·아구수육(각 2만원), 초밥세트A(1만 5000원), B(1만원)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10시
△ 쉬는 날 : 첫째 셋째 일요일
△ 주차 : 가능
△ 카드 : 모든 카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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