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살리고 건강 지키죠”

친환경·유기농 우리 농산물을 농민과 직거래로 유통·보급하는 매장이 최근 대규모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한마음 공동체’, ‘뜨락’, ‘초록마을’, ‘유기농 신씨’, ‘우리밀’이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지지만 대량 생산·유통의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먹을거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에 심각성을 느낀 사람들이 늘면서 친환경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이런 현상에 대해 경남지역에서 8개 매장을 운영하는 ‘한마음 공동체’ 이종면 경남본부장은 “외국 농산물이 물밀듯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농민과 국민 건강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며 “친환경 농산물을 선호하는 소비구조와 맞아떨어지면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에서는 소비자 협동조합으로 알려진 ‘생활협동조합’은 1970년대 후반 도매상들의 횡포가 심했던 농촌과 광산지역을 중심으로 왜곡된 유통구조와 자본의 일방적 횡포에 대항해 질 좋은 상품을 저렴하게 이용하기 위한 구매조합의 형태로 시작됐다.

‘웰빙’ 관심…농촌 직거래 매장 아파트 중심으로 늘어

80년대 중·후반부터는 붕괴되는 우리 농업을 살리고 도시 소비자는 안전한 먹거리를 안심하고 제공받자는 취지에서 친환경 농산물을 직거래하는 활동을 전개해 왔다.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한살림’은 경남지역에 6400여 가구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자연에 가까운 먹거리를 표방하며 우리 농민도 살리자는 입장이어서 농수산물 개방에도 반대한다.

90년대부터 광주·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유기농 농산물을 공급해오다 지난해 10월부터 경남지역에 매장 유치를 시작, 한 매장당 매달 600여명꼴로 회원을 확보하는 ‘한마음 공동체’도 한달에 매장이 하나씩 생기는 확산속도를 보이고 있다.

대부분 조합원제로 운영되는 이들 매장은 출자금과 가입비를 받고 조합원들에게는 일정률의 할인을 제공하고 탈퇴시 출자금은 돌려주는 식이다. 이 중 비조합원의 매출이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많이 나가는 품목은 유정란·두부·콩나물·잡곡·야채·설탕이 들어 있지 않은 아이들 과자·친환경 세제와 같이 자주 쓰는 품목들이다.

뉴스에서 가축들이 성장촉진제·항생제·호르몬제를 맞으며 사육만을 위해 좁은 공간에서 자라는 모습을 접하며 먹거리 문제에 심각성을 느껴 유기농 매장을 찾았다는 정양현(31·마산 산호동)씨는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밖에서 끼니를 많이 해결하기 때문에 사실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적다”며 “배불리 먹는 것보다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 먹더라도 제대로 먹어야겠다 싶어 유기농 매장에서 장을 본다”고 했다.

또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외식을 줄이고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하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대형매장 비해 비싸지만 과거보다 저렴…소비자층 넓어져

그리 넓지 않은 소규모 매장에 품목별로 조금 조금씩 식품이 갖춰져 있고 미리 주문을 해야만 구입할 수 있는 품목도 있다. 농약을 치지 않다보니 전 식품의 유통기한이 짧으며 대형매장보다는 종류가 다양하지 못하다.

가격은 대형매장의 보통 제품보다 비싸지만 백화점 유기농 코너보다는 비슷하거나 싸다. 환경을 생각하다보니 장바구니를 판매하지 않으며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직불카드와 현금으로만 계산할 수 있다. 일주일에 3번꼴로 배달이 되며 식품 입고 시간을 고려할 때 낮 12시쯤 매장을 찾으면 신선하고 종류가 많아서 좋다.

‘한살림’ 매장을 1년간 이용해왔다는 김선지(44·마산 회원동)씨는 “건강이 안 좋아서 먹는 것에 신경을 쓰던 중 주변 소개로 알게 됐다”며 “백화점에서 쌀·콩 같은 곡류가 국산이라 해도 사실 믿을 수 없는데 이런 매장은 가격을 떠나 믿을 수 있어 찾는다”고 애용 이유를 밝혔다.

소수농민에서 생산 확대…가격 내리는 순환고리 예상

그러나 이 업체들이 파는 농산물 가격이 높아 서민층은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워 이용자층이 구분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한마음 공동체’ 이종면 경남본부장은 “잘사는 사람들이 먹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많이 가지는 걸로 알고 있지만 생산자단체이기 때문에 단순한 유통과정으로 가격상승이 거의 없고 과거에 비해 가격이 많이 내려 국산콩으로 만든 두부의 경우 1600원 정도로 일반 농산물과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며 “지금 추세대로 소비자층이 넓어지면 소수농민에서 생산도 확대되고 가격이 내리는 순환고리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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