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친일작가로 분류되고 있는 김은호가 그린 논개 영정이 마침내 뜯겨졌다.

진주지역의 시민단체가 지난 10일 기습적으로 의기사로 몰려가 논개의 영정을 뜯어 낸 것은 10년 이상 진행돼 온 폐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은호는 일제시대 친일 여성부인회인 애국금차회 결성식 때 즉석에서 금비녀∙금반지∙금귀지개∙은비녀∙현금 등 헌금을 거두는 광경을 그린 금차봉납도를 그려 미나미 조선총독에게 전달하는 등 친일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잔재세력을 청산하려는 의지는 옳은 것으로 보인다. 또 논개 영정이 남원 춘향사에 있는 춘향영정과 거의 비슷한 생김새로 구분이 안되는 점 또한 의기사에 안치해서는 안되는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

진주시는 시민단체에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공공기물 파손혐의로 고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진주시의 말대로면 김은호가 그린 영정을 다시 진주성내에 있는 의기사에 안치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건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친일행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작가가 그린 영정을 다시 안치한다는 것은 충절의 상징인 논개의 위상을 더럽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친일잔재세력을 청산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친일화가가 그린 논개 영정을 떼어 낸 시민단체의 뜻은 시민들에게 이해를 시킬 수 있지만, 일부 시민들과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흑과 백이라는 단순논리에 따라 내 뜻에 동조하면 아군이고 그렇지 않으면 무조건 적이라는 표현을 한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 시민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고 본다.

특히 시민들과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협박하는 듯한 모습도 반성해야 한다.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반대 생각을 가진 사람도 포용할 수 있는 대범함을 갖춰야만 진정한 시민을 대표하는 시민단체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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