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TV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락 프로를 봐도 별 재미를 못 느끼고 코미디 프로를 봐도 우습지 않다. 이렇게 방송매체에 무덤덤한 인간형이 방송 담당을 맡고 보니 TV 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TV 보는 것이 내겐 노동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산YMCA가 한 ‘TV 안보기 실험’은 귀를 잡아 당기고도 남았다.

TV를 안본 지 몇 년째라는 마산YMCA 이윤기 부장은 이 실험에 관한 예고 기사가 방송면에 나가고 나서 이의제기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시청자 운동을 하는 ‘TV 안보기 시민모임’ 같은 곳에서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현실적으로 TV를 안보고 살 수 없는데 안보기 운동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실효성이 없는 안보기 보다 좋은 것을 골라 볼 수 있도록 운동의 방향을 잡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물어 왔다고 한다.

그러나 TV 안보기를 주장하는 이 부장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실험자 중 한 사람이라도 안본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 한다”며 “TV 안보기를 안 해 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시도도 않고 포기하는 그들의 “패배적 생각”이라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실험 결과는 기대이상으로 좋게 성공했다.

TV없이 생활하는 것을 상상도 못했던 사람들이 늘 끼고 살던 TV를 끄니 생활이 180도 바뀐 것이다. 발상의 전환을 몸소 체험한 실험가족들은 이번을 계기로 적어도 TV를 줄이거나 골라 보는 생활을 하게 됐다. 아예 안 본다는 가정도 생겨났고, TV 때문에 잃었던 많은 것들을 되찾은 기쁨을 누리는 가족도 많았다. 실험에 참가하며 기록한 1일 보고서에는 이런 행적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정보와 동떨어져 살 수 없는 현대인들이지만 며칠간 TV를 끄고 살아보면 어떨까. TV를 끄면 마술처럼 밀린 일들이 정리되고 가족이 화목해지고 책이 손에 잡힌단다. 단지 하나만 하면 된다. TV를 켜지 않는 것.

이 단순한 것을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생활에 큰 변화가 생긴단다. 힘드는 일도 아닌데 한번 시도해보고 마법이 효과가 있는지 경험해 볼까? 정말 하루가 쭉 늘어나지는지, 생각주머니가 커지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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