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 공제’ 쌓이면 연말이 즐겁다

   
“현금영수증 드릴까요?”

마트에서 9800원짜리 세제를 사고 계산원과 마주한 김정미(34)씨는 늘 그렇듯 잠시 망설였다. 안 받자니 손해 보는 것 같고, 받자니 번거롭고 찜찜해서 한사코 미뤄두고 있던 현금영수증이었다. 하지만 현금영수증 이야기가 돌던 1월부터 4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이웃 동원이네도, 회사 동료들도 딱히 영수증을 열심히 챙기는 것 같지는 않다.

“됐어요, 놔두세요.” 장바구니에 물건을 챙겨 넣고 돌아서는 김씨 발걸음이 혼란스럽다. 머리 속에는 며칠 전 신문에서 본 세금공제액 비교표가 어른거린다. 현금영수증을 썼을 때와 쓰지 않았을 때 공제액 차이가 100여 만원을 넘더라는 도표였다. ‘오늘은 반드시 현금영수증에 대해 알아봐야지.’ 김씨는 모처럼 모진 결심을 했다.

◇ 현금영수증을 써야 하나?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만원 이하의 물건을 살 때는 현금을 낸다. 문제는 이 현금은 연말 소득공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 신용카드로 쓴 돈 뿐만 아니라 현금으로 나간 금액까지도 소득공제 대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이것이 바로 ‘현금영수증 제도’다. 현금으로 5000원 이상 구입할 때 카드나 휴대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 중 하나를 함께 내면 소비자는 현금영수증을 받고, 국세청은 이 내역을 통보받아 연말 소득공제의 근거로 삼는다.

현금 사용액까지 공제대상 ‘안쓰면 손해’

결국 현금영수증을 챙긴 사람은 올해 연말정산 때 ‘신용카드 사용액+현금영수증 사용액’에 대해 모두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현금영수증을 챙기지 않은 사람은 지난해와 똑같이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해서만 소득공제를 받는 것이 된다.

예를 들어 총급여가 3000만원인 김씨가 지난해 신용카드로 500만원을 썼다면, 김씨는 총급여액(3000만원)의 10%인 300만원을 웃돈 200만원에 대해서는 20% 소득공제분인 40만원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김씨가 현금영수증을 열심히 챙겨 신용카드 500만원 외 현금영수증 사용액이 800만원이 됐다면, 김씨는 총급여액(3000만원)의 15%인 450만원을 초과한 850만원에 대해 20%인 170만원의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

국세청 전자세원팀 양철호 담당관은 “현금영수증은 신용카드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제도로 공제 때는 이 둘을 합쳐 계산하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현금 쓰는 습관까지 바꿀 필요는 없다”며 “신용카드로 쓴 부분은 예전처럼 신용카드로 쓰되 현금으로 쓴 부분은 놓치지 말고 영수증화해 혜택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 어떻게 사용하지?

‘현금영수증을 쓰려면 국세청에 신고부터 해야한다’는 말은 잘못 알려진 상식. 소비자는 그저 현금영수증을 발급 받기만 하면 된다. 물론 영수증은 꼬박꼬박 챙겨야 한다.

영수증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되고 지난 한 달 동안 또는 지금까지 쓴 영수증 총액을 바로 바로 알고 싶다면 ‘현금영수증’ 홈페이지(taxsave.go.kr)에 가입해보자. 연말 정산 때 소득공제 증빙서류를 출력할 수도 있다.

현금과 함께 제시하는 카드와 휴대전화번호·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망설임도 있다. 국세청은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는 되도록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정보 노출 우려로 꺼림칙할 뿐 아니라 직원이 번호를 잘못 받아 적을 가능성이 높아 현금영수증을 써놓고도 국세청에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제시할 때는 “현금영수증용”이라고 밝혀야 하고, 현금 내면서 신용카드를 내려니 찜찜하다면 적립식 카드나 멤버십 카드를 적극 권한다. 지갑을 열어 갖고 있는 카드를 모두 점검해보자. 정유사별 적립식 카드나 휴대전화 멤버십 카드 하나 정도는 있을 만 하다. 이 외에도 카드번호의 숫자가 13개에서 19개 사이면 모두 사용 가능하다.

적립·멤버십 카드 권장…홈페이지서 확인 가능

현금영수증 홈페이지에 가입한 소비자도 카드 5개와 휴대전화번호까지 등록되므로 ‘처음에 등록한 결제 수단만 쓸 수 있다’는 말도 잘못된 것.

   
◇ 내 권리는 내가 찾자

국세청은 2003년 매출액이 2400만원 이상인 사업자는 모두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권고사항일 뿐 강제사항이 아니라는 점이 최근 영수증 발급을 거부하거나 웃돈을 요구하는 폐해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점포는 전국 91만개(2월말 기준)로 전체 신용카드 가맹점(113만개)의 80% 이상이다. 마산지역은 5월 현재 7662곳에서 떼어 주고 있다. 지역이나 업종별 발급 여부는 현금영수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런 조건에 부합하면서도 영수증을 떼어 주지 않거나 발급을 이유로 웃돈을 요구한다면 금융감독원 불법거래감시단(서울·3771-5950~2)이나 여신금융협회 소비자보호팀(서울·2011-0774), 현금영수증 발행거부 신고(1544-2020)로 제보하면 국세청 전자세원팀에서 확인한 후 세무조사 등 불이익을 준다.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한 방법.

단 △아파트 관리비 △휴대전화 요금(휴대전화·PDA 할부 대금은 제외) △인터넷 사용료 △자동차 구입비 △전기·수도료 등 공과금 △철도요금은 현금영수증이 발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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