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중인 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인권보호를 위해 유치인 명부는 보여줄 수 없습니다”, “모든 수사상황에 대해서 수사과장에게 확인하십시오.”

지난달 25일‘법의 날’을 맞아 허준영 경찰청장이 인권보호 담화문을 발표한 이후 언론사 기자들이 사건취재를 할 때 되돌아오는 경찰들의 답변이다.

그로부터 이틀후 ‘질낮은 학교급식 제공 수억원대 차액 꿀꺽’이라는 기사가 ‘경찰에 따르면’이라는 경찰발로 보도됐다.

미리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명의 경찰관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를 종합해 쓴 기사였다.

이 기사가 나간 후 경찰 관계자는 “ 확인해 준 바 없는데 왜 ‘경찰에 따르면’이라고 기사를 썼냐”며 “기자가 확인한 내용이면 ‘기자에 따르면’ 이라고 쓰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업체 대표가 유치장에 잡혀오고 구속영장이 신청됐는데도 경찰은 여전히 입을 닫은 채 “구속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덕분에 이날 기자들은 다른 쪽으로 취재를 해 기사를 보낼 수밖에 없었고 경찰은 영장이 나온 한참 뒤에야 구속영장에는 들어있는 업체와 학교의 유착혐의에 대한 부분을 뺀 보도자료를 돌렸다.

경찰은 당초 “업체와 학교관계자에 대해 더 큰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가 영장이 나온 후에는“유착 사실이 정황만 있어 보강수사를 더 할 계획”이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우려했던 대로 업체와 학교관계자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진전없이 사실상 종결됐다. 남은 의혹은 피의자의 인권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철저히 가려져 또 하나의 의혹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공적인 성격이 짙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수사에서 보여준 경찰의 비밀주의가 오히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이다.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나타난 교육계에 대한 불신이 경찰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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