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아픈 사람이 있어 마산의 한 병원에 입원을 시킨 적이 있다. 시설도 깨끗했고 의사·간호사·간병인들도 모두 친절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믿음이 간 것은 이 병원 직원식당의 밥과 찬이 환자의 일반식과 똑같았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주로 이용하지만 환자가족이나 문병객들도 2000원만 내면 밥을 사먹을 수 있었는데, 내가 갔던 그 날은 이 병원 이사장과 원장도 한데 어울려 환자들과 똑같은 밥을 먹고 있었다.

별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환자의 보호자 입장에선 적어도 이런 병원이라면 마음놓고 내 가족을 맡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턴 의사와 간호사의 말 한마디에도 권위와 믿음이 느껴졌다.

아무도 동참하지 않은 1인 시위

이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도 있다. 최근 비리가 드러나 말썽을 빚고 있는 학교급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번 비리와 연루돼 있는 마산의 한 고등학교는 교사들이 먹는 밥과 찬이 다르다는 것이다. 학생의 식단은 반찬이 서너 가지인데, 교사는 예닐곱 가지나 되더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밥도 다른 것 같다는 게 먹어본 사람의 말이다.

이 사실은 경남도민일보 논설위원이기도 한 김용택 선생이 지난 6일 ‘idomin.com’에 기고한 글을 통해 공론화됐다. 현재 김 선생의 이 기사는 3000명 이상이 읽어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 다음 이야기다. 김 선생이 이 학교에 부임한 뒤,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쳐보기 위해 보름동안 혼자서 학생 줄에 서서 밥을 타먹었다고 한다.

이를테면 무언의 ‘1인 시위’를 한 셈이다. 그러면 적어도 젊은 교사 몇 명이라도 동참해줄 줄 알았단다. 그러나 단 한 명도 그런 교사가 없더라는 것이다.

이후 이 학교는 김 선생이 돌린 설문을 통해 ‘학생과 똑같이 먹자’는 안과 ‘가격을 차등화 시키자’는 안 중에 결국은 교사들이 밥값만 500원 더 내는 것으로 면죄부(?)를 받는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물론 교사와 학생이 먹는 급식의 질이나 식단이 똑같아야 하느냐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도 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의 경우 아이의 식단과 어른의 식단을 다르게 짜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경우 어쩌면 성장기의 식욕 왕성한 학생들이 교사보다 더 잘먹어야 한다는 논리도 성립된다. 김 선생 지적한 것처럼 ‘아이들이 낸 급식비로 선생님이 제자들이 먹어야 할 반찬을 빼앗아 먹는’ 셈일 수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학교에 위탁급식을 해왔던 업체의 대표는 10억 여원대에 이르는 급식비를 빼돌린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교장도 급식업체 대표에게서 떡값 명목으로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학생과 교사의 반찬 가짓수가 달랐던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만일 업자가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이 좀 낮아도 눈감아 달라’는 뜻으로 교사들에게 특별대우를 한 것이라면 그동안 그 밥을 먹어온 교사들도 넓은 의미에선 모두 공범이다.

해병대도 장교급식 없앴다는데

경찰은 이 학교의 당시 교장이 급식업자에게서 받은 돈에 대해 ‘명절을 전후로 관행적인 떡값 명목으로 건넨 것이고,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면서 학교 관계자들은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 인해 더 커진 학생·학부모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은 어떻게 씻어낼 것인가. 제대로 된 교사라면 경찰의 수사 종결에 안도하기보다는 학생에 대한 부끄러움에 몸을 떨어야 한다. 수사는 그렇게 끝나도 우리는 계속 그 학교를 지켜볼 것이다. 500원 더 내는 교사들의 밥도 앞으로 어떻게 바뀌는 지 챙겨볼 것이다.

김 선생이 쓴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붙어있다. “학교가 군대인가? 장교식당, 사병식당 따로 있는 군대 같군.”

그러나 이 댓글을 쓴 독자도 올해부터 해병대가 모든 장교식당과 장교급식을 없애고 연대장부터 이등병까지 한자리에서 한솥밥을 먹는다는 뉴스는 못봤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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