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회에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기자의 입장에서 취재원과 각별하다보면 비판기사를 누락하거나 유착할 수 있고, 멀리하다보면 정보취득에 곤란을 겪을 수 있어서다.

그래서 언론 선배들은 후배 기자가 입사하면 그런 일련의 교육을 한다. 취재원과 일정 거리를 두고 취재에 임할 때 언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경구인 셈이다. 물론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는 언론사회에서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공무원과 지방의원의 관계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겠다. 공무원을 조직원으로 하는 집행부와 의원을 구성원으로 하는 지방의회는 기왕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견제하고 견제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상반된 입장의 두 기관이 서로 유착하거나 소원하다보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시의원은 시민이 선출한 대표

일례로 의회가 공무원과의 친함을 빌미로 모든 사안을 공무원 입장에서 다룬다면 집행부의 시녀노릇을 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고 반대로 밉다고 해서 무조건 태클만 건다면 집행부로서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물론 이건 극소수의 개연적 사례일 뿐이다. 또 의원이라는 직위를 이용해 이권에 개입할 소지를 원천 봉쇄하는 것도 불가근 불가원이 적용되는 또 다른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고 시시각각 안건을 상정해야 하는 공무원으로서는 모든 사안을 의회에 맡겨둘 수만은 없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의회에 제출된 안건이 의도대로 의결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그 과정은 비록 양자가 대등한 관계에 있다하더라도 업무 성격상 공무원이 비교열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때론 자존심을 구겨가며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한다.

설득 작업은 공식회의석 상에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의 전에 개별 의원을 따로 만나 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는 몇가지 유형이 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읍소형이다.

예를 들어 국고확보 등 시급을 요하는 안건이 상정될 경우 ‘이번 회기에 통과되지 않으면 예산을 반납해야한다. 좀 무리가 있더라도 의결해 주십사’라는 등의 방법을 쓴다. 실무형도 있다. 이 형은 자칫 의원들이 안건을 잘못 이해해 부결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인데 바람직한 유형으로 친다.

그런 안건이 상정되면 공무원들은 안건이 통과돼야 하는 당위성과 제안이유를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설명한 뒤 의결을 받아낸다. 그런가하면 연고를 앞세우는 유형도 있다. 동문·동향 같은 친분있는 의원을 집중 공략하는 형이다.

흔치 않은 유형이지만 급할 때는 그런 방법이 통하는 경우도 있다. 90년대 중반 기자가 시의회에 출입할 당시 직접 목격한 일이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당시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사회에서 마당발로 알려진 이 사람은 시의회에 선·후배가 많은 데다 몇몇 의원과는 형·동생할 정도로 친했다.

그래서 예민한 안건이 상정되거나 파장이 우려되는 시정질문이 예고될 땐 그런 친분을 내세워 때론 윽박지르고(?) 때론 구슬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곤 했다.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보편적 규범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이라면 그 또한 대의회 로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대의회 활동에 불가근 불가원이 유지돼야 함은 당연하다.

약점잡아 의정활동 방해라니

그런데 최근 보편적 규범이 완전히 깨져버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지만 마산시장의 측근 공무원이 시장의 비리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시의원을 협박(?)한 것이다.

그것도 의사당의 의원 사무실에 찾아가 부적절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내놓으며 협박하고 사진을 뺏으려는 과정에서 의원을 밀쳐 상처까지 입혔다고 한다. 공무로 해외개척활동에 나섰던 시의원이 현지에서 부적절한 사진에 노출됐다는 사실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시의원의 약점을 잡아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모름지기 공무원은 시민의 세금으로 녹을 먹는 사람이며 시의원은 시민이 선출한 대표다. 따라서 이번 일은 시민에 대한 협박이며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공무원을 욕되게 한 대사건이다.

이 일로 그는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혹여 이 일에 윗사람이 관여됐는지 혹은 과잉 충성심에 의한 돌출 행동이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차제에 밝혀져야할 일이다. 하지만 한 공무원의 왜곡된 시각이 공무원과 의원간의 불가근 불가원의 관계설정을 한꺼번에 허물어버렸다는 점에서 양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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