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주일전 한 행사가 ‘조용히’ 치러졌다. 경남발전연구원내 경남여성정책센터가 개소를 겸해 마련한‘지방화 시대의 지역여성정책 발전방안’이라는 제목의 세미나였다. 이 센터는 도내에서 유일하게 탄생한 여성전문기관이다.

한데 오래전 부터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 치고는 너무도 축소된 규모였다. 아무리 앞으로 규모를 키워가겠다지만, 시작이 너무 부실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여성정책센터 개소’ 무관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참석자들은 일말의 기대가 없지 않았다. 식순에 경남도지사의 축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도정의 최고책임자가 꼭 와야 자리가 ‘빛난다’는 그런 의미는 아니다. 관이 비로소 여성정책의 중대함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어서다. 여기엔 발제자나 다른 토론자도 이견이 없었다.

이제 여성정책의 수립과 실천은 민관이 협력해야만 실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 그러므로 도지사가 관심을 보이느냐 아니냐에 따라 정책의 향방이 상당히 좌우된다는 점을 말하는 것 뿐이다.

이날 참석자들이 도지사를 ‘기다렸음’은 불문가지다. 도지사의 참석은 다른 남성 공직자로 이어지고, 이는 여성정책을 일부 여성만이 아닌 남성과 공유한 상태에서 해나갈 수 있다는 중요한 의미이기도 했다.

한데 기다림은 이내 실망이 되었다. 도지사는 오지 않았다. 부지사도 오지 않았다. 보건복지국장이 대신해 여성센터개소를 축하하며, 아낌없는 지원과 관심을 보이겠다는 말을 했다.

도지사는 바로 그 시각 열린 진해신항만 궐기대회에 참석하느라 오지 못했다고 했다. 세미나와 궐기대회 중 어느 것이 먼저 계획됐는지는 알 길 없지만, 아니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또 다시‘여성관련’행사나 정책은 부차적인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에 다름없었다.

신항명칭 때문에 경남도가 들썩거리는 마당에 그보다 중차대한 일이 어디있느냐고 한다면 굳이 할 말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실망스럽다. 도지사가 참석한다고 표기해 놓았어도 누군가 대신 가면 되는 행사라고 여기는 그 마음가짐이 실망스럽다. 그 마음가짐은 곧 여성센터를 축소개원하게된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센터를 면피용으로 만든 게 아니라면 일할 수 있는 적절한 인원과 예산이 마련된 상태에서 개소시켜야 함에도, 달랑 2명의 인원으로 축하한다니 말이다. 센터장이나 당사자들의 의욕이 충천하지만, 그나마 개소할 수 있게 된 것도 다행이라지만, 곧 충원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지만, 아쉬운건 어쩔 수 없다.

그 정도의 규모가 될 바에야 차라리 개소하지않는 편이 낫다고 왜 말 못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 것도 그래서였다.

여성정책은 우리삶과 직결

생각해보라. 사실‘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행사나 정책이 얼마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왔던가. 행사가 있다면 으레 관련부서직원 정도만 참석하면 된다고 여기거나, 어쩌다 정책결정권을 가진 남성이 참석하더라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않는 건 다반사다. 그날 행사장에서도 누군가 그랬다.

그 많던 남성들은 다 어디로 갔나 라고. 그 많은 남성들은 도지사가 가는 다른‘중요한’행사장에 따라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알 때도 되지 않았을까. 여성정책은 특정부서만이 알아야 될 내용이 아닌 도정 전반과 연결되는 것이며, 우리 사회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며, 저출산시대의 도래와 같은 사회문제 해결의 정점에 있다는 것을.

또 이런 세미나자리가 있으면 모처럼 서로 생각이 다른 남성과 여성이 의견을 나누고, 서로를 배울 기회도 되지 않는가. 행사의 요약분만 달랑 보고받는 것과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나는 현재 정책결정권 자리에 앉아있는 많은 남성들이 의전행사보다 직접 발품을 팔며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할 때 많은 것들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편이다. 마인드는 저절로 형성되는 게 아니다.

해서 희망해본다. 이런 세미나가 여성들 그들만의 자리가 아닌, 남성과 더불어 삶의 질을 논하는 ‘떠들썩한’ 자리가 되기를. 주부나 대학생, 일반여성도 다양하게 참석하기를. 그런 점에서 드물게 자리를 지킨 소수의 남성들이 돋보였음도 밝혀둔다.

더불어 포럼형태의 지속적인 모임으로 발전되고, 그 자리에 많은 남성과 여성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즐기는 모습이 흔한 풍경이 되기를 또한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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