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은 나의 힘!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한번쯤은 시인이나 소설가의 꿈을 가져봤을 것이다. 글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한다.

소설가를 꿈꾸는 창원 문성고 홍영롱(19) 양은 지난달 27일 서울에 있는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을 다녀왔다. 지난해 주한남아공대사관에서 주최한 전국고교생 문예전에 작품을 내 입상했기 때문.

창작소설 <아빠의 선물>서 남아공 풍경 생생히 그려내

‘남아공-무한한 가능성의 나라’라는 주제로 열린 문예전에 전국 고교생 10명이 뽑혔다. 마침 이날은 지난 94년 남아공이 자유총선을 치른 날로 이후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날은 인종차별 철폐를 이룬 ‘남아공 자유의 날’.

영롱이의 작품은 ‘아빠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아빠 몫까지 행복하게 살겠다는 약속을 떠올리며 일상에 답답해하던 엄마와 고3 딸이 해외여행을 결행한다는 내용이다.

여행지는 아빠가 본 하늘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는 아프리카. 많은 나라들 중에서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은 열흘동안 여행을 통해 남아공의 도심과 바다, 사파리, 토속음식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남아공의 도시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남아공을 떠나면서 일상에 답답해했던 엄마는 다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겠다고 다짐하면서 끝을 맺는다.

영롱이는 문예전에 입상한 전국 9명의 고교생들과 여름방학 때 남아공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가장 멀리 가본 곳이라고는 고1 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본 것이 다이기에 남아공으로 날아가는 것을 생각하면 설렌다. “넓은 세상을 느끼고 오면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될 거예요. TV로만 봤던 사파리, 바다가 가장 보고싶어요.”

고3 수험생인 영롱이는 대학진학도 국어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부모님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되기를 바라시는데 저는 글쓰기 특기를 살려 소설가가 되고 싶어요.” 택시기사 아빠, 회사 다니는 엄마 입장에서는 그렇게 희망할만한데 영롱이의 글쓰기 재주가 뛰어나니 고집을 꺾지 못한다.

영롱이가 소설가의 꿈을 굳히게 된 건 지난해 봄 창원에서 열린 ‘고향의 봄’백일장에 나가 뜻하지 않게 수상을 하면서부터. 친구가 한 번 가보자고 해서 따라 나섰는데 장원을 받았단다.

그때 쓴 글이 ‘울타리’라는 주제의 소설.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청소년의 이야기. 움츠렸던 나무와 꽃들이 봄의 따뜻한 햇볕에 피어나듯이 주인공이 꿈을 찾아간다는 줄거리라고 소개했다.

그게 계기가 돼 지난해 2학기 때 이소녕 국어선생님이 남아공대사관에서 여는 문예전에 글을 보내보라는 제안을 받고 쓴 글이 남아공 여행 기회까지 얻게 됐다.

해외여행을 한번도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남아공에 다녀온 것같이 생생하게 그렸냐고 물었다. 기본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많이 얻었다는 영롱이는 “남아공 유학생이나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찾아 봤다”며 사진으로 본 파란하늘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창의적 사고 ‘공상’ 이 원천…특기 살려 소설가 되고파”

어찌나 생생하게 남아공을 그렸던지 남아공대사관 관계자들도 영롱이가 엄마와 다녀온 여행기를 쓴 것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단다. 문예전 심사결과가 당초에는 지난해 발표될 예정이어서 영롱이는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다. 벌써 당선자들이 지난 겨울방학 때 남아공 여행을 다녀온 줄 알았단다.

영롱이의 글쓰기는 중학교 때부터 시작됐다. Y2K라는 가수를 좋아했는데 그 당시 가수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팬들이 쓴 ‘팬픽션’이라는 소설이 유행했단다. 그때 홈페이지에 글을 즐겨 썼다고 말했다.

이메일을 주로 사용하는 세태이지만 영롱이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자주 쓴다. “친구들과 싸우고 나면 제가 말로 사과를 잘 못하기 때문에 편지로 대신해요.”

자신의 창의적 사고의 보물단지는 ‘공상’이라고 말한 영롱이는 일본소설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라도 현실적이지만 일본소설은 진짜 허구적인 이야기가 많아 흥미로워요.” 지금은 고3이라 소설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한때 일본 소설에 심취하기도 했단다.

영롱이는 좋아하는 일본작가와 그 대표작을 줄줄 외었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에쿠니 가오리의 〈낙하하는 저녁〉,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을 주세요〉.

새벽 6시30분에 일어나서 밤 11시가 되어야 집에 가는 고3생활이지만 괴롭지는 않단다. 학원폭력이나 청소년 문제를 언론이 마치 전부인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는 영롱이는 “우리는 생각도 건강하고 꿈도 있고 희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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