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도 민방(민간공중파방송)이 있어야 된다는 말들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경남만 제외되어 있었기에 형평성 문제로 발전됐고 나중에는 주민 자존심으로 연결되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했다.

인접해 있는 부산과 울산이 각각 독립된 민영 방송국을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방송기득권 편승은 곤란

수년 전, 돈을 가진 몇몇 유력 인사들이 모여 그룹을 만들고 민방유치에 나선 연유도 그런 지역정서에 힘입은 바 컸다. 실패작이 되긴 했으나 그렇다고 끝난 일이 아니다.

민방 광역화라는 시책아래 경남방송권역을 부산 아니면 울산민방으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어 새로운 도전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새로운 도전의 무대에 등장하는 주역은 부산과 울산이다. 방송위원회는 두 개 방송사 중 하나를 경남사업권자로 확정한다는 방침을 굳혀놓고 있어 변동의 여지는 없다. 무대는 경남이되 연출은 중앙이, 배우는 두 개 광역단체 몫으로 넘어갔다. 경남 사람들은 관람석에 앉아 얌전하게 구경하면 그만 이라는 게 방송위의 입장일까.

그렇다. 속내는 일찌감치 드러났다. 얼마 전 방송위는 사업권자 결정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민방간담회 형식을 빌린 토론회를 서울서 열었다. 방송위원과 양방송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도내 유관단체 대표자들을 서울로 불러 올린 것이다. 그러다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경남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가 현지 여론을 중시하는 것쯤 상식에 속한다. 여론을 알려면 시청자가 될 현지민이나 해당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편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제대로 된 민주적 행정이다. 방송위가 서울 간담회를 착안한 이유는 그 간담회를 통과의례로 바라본 탓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오늘 통영에서 갖는 2차 간담회에 그다지 신뢰성을 보낼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계획에도 없었던 일을 부랴부랴 서둘러 마련한 저의가 너무 눈에 보인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결과론적 반발에 대비할 명분 축적용이라면 그 간담회는 방송위를 위한 것이지 지역민을 위한 서비스차원으로 이해되기 어렵다.

경남지역의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민방을 광역권화 해야 한다는 방송위의 기본원칙은 수긍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다지 넓지 않은 지역에서 여러 개의 방송사가 출혈경쟁을 할 경우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은 예견되고도 남을 만한 것이다.

그러나 지역성을 놓고 살필 때 경남권역이 부산이나 울산공중파에 병합돼 처리돼도 좋을 만큼 보잘 것 없는 것은 아니다. 인구·경제 규모등 역세는 대등하거나 상회한다.

경남의 권리 보호받나

따라서 사업권자를 결정하는 필요충족조건은 경남의 지분권에서 모색돼야 옳다.

방송, 특히 민방의 생존기반이 광고수입에 있을진대 경남이 다만 광고시장으로 전락되는 것을 경계해야 된다는 말이다.

울산이 되든 부산이 되든 그것이 관심사일수는 없다. 방송의 문화성·공익성을 직접 향유할 수 있는 장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된다. 기존 방송사의 기득권에 편승하는 광역권화는 대도시 패권주의를 부추기고 지역에는 허무감을 전파시킬 우려가 크다.

방송위는 간담회를 통해 사업자 선정방안과 심사 기준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외에 경남의 방송참여권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순수한 민간자본에 의한 민영방송의 상륙을 목전에 두고 다만 복종적 저자세로 처분을 기다리라고 말해서는 안될 것이다. 확실한 보전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또 하나,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행중인 행정구역 개편문제도 지역방송 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전국의 행정구역이 광역단체로 통폐합돼 재편될 경우 방송분야도 권역간 충돌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번 결정이 되고 기득권이 쌓이면 좀처럼 바로잡기 어려운 것이 사회역학이다. 가까운 미래에 닥쳐올 것으로 확실시되는 이 부분도 발전적 검토대상에 넣어봄직하다.

/윤석년(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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