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인권위원회 기획/창비

며칠 전 한 달에 두 번 모이는 조그만 독서회에서 회갑에 가까운 회원이 얼굴이 검은 손자를 볼까봐 아이들을 유학 보내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난 놀라면서 “얼굴이 검은 손자면 어때서요!”하니 “아니! 그럼 자기는 괜찮아?” “그럼요”라는 대화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나를 되짚어보며 정말 나에게 편견이 없을까? 하는 망설임들과 그 회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못해주고 왔다는 어중간한 생각들이 맴맴 돌고 있었다.

   
지난번 6학년 딸을 읽히기 위해 사 두었던 <블루시아의 가위 바위 보>를 다시 들었다. ‘백인들은 이유 없이 올려다보는 반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외국인은 내려다 보는 우리의 국민성은 백인들에게는 받은 것 없이 간까지 내 줄 양 친절하지만 제3세계 사람들은 주는 것 없이 업신여긴다' 는 책머리에 추천의 말이 그 회원에게 꼭 해줄 말이었다.

이 동화집은 우리 어린이들이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시각을 벗어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동화책을 읽히면서 ‘우리민족의 첫 이주 노동자들은 미국의 사탕수수 밭이었다. 노동자들은 온간 설움을 받으며 정착하였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일제식민시대에 대한 설움들, 아직까지 위로 받지 못하는 정신대 할머니'를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품어야 할 사람들은 백인도, 내국인만도 아닌 소외 받고 어려움에 처한 지구촌 사람이어야 한다.

다양성 인정하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책의 내용에는 방글라데시아에서 온 노동자의 어린 딸 반두비는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같은 반 아이들에게 테러리스트 빈라덴이라며 왕따를 당하기도 한다. 아빠를 따라 몽골에서 온 아이의 따돌림당하는 마음과 그 부모들이 받는 학대는, 도덕이 있고 자식을 키우는 우리나라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불법 체류자의 아들로 살아가는 티안의 꿈속조차도 편하지 않다. 언제나 불안하기만한 작은 아들은 엄마, 아빠가 잡혀간 날 혼자 국수를 먹다가 떨어진 국수가락에 달라붙은 개미떼들이 남의 나라에까지 와서 먹고 살려는 엄마, 아빠 그리고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엄마의 설움을 자세하게 말해주고 있는 내용과 1966년 산업연수생(간호사)으로 또한 광부로 갔던 노동자들은 독일이 박대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통해 이주 노동자들을 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블루시아의 가위바위보'의 동화 몇 편을 보면서 울적한 마음과 답답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어른들의 이야기만 뉴스에서 접하거나, 코미디프로의 소제목 ‘어른들은 나빠요'를 보고 웃어야하는 아이들에게 뒤에서 더 고통받는 친구들의 생활을 꼭 읽히고 다른 아이들에게 전하여 어릴 때부터 이분법 논리에서 벗어나는 다양성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외국인과의 결혼도 지난해에 비해 많이 늘었다고 한다. 이젠 생각을 바꿔 이주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흑백논리에 빠져 앞을 보지 못한다면 지구촌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국민이 될 것이다.

살색이라는 색을 가진 우리 민족이 다양한 색깔을 인정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지구공동체로서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후손이 될 것이다.

/김숙녀(논술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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