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정부는 지난 연말 끝난 쌀 재협상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검증 절차가 끝나 WTO 내부의 절차를 거쳐 공식인증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발표하면서 중국과의 이면협상에 대해 언론에 흘렸다.

정부, 국민 기만 언제까지

이날 발표를 통해 정부는 중국과의 이면합의에 대해 절대 이면합의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들은 4월 18일 국회 농업해양수산위 회의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집트, 인도와의 협상에서 10년 간 11만1210톤의 쌀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또한 중국과의 협상에서 과일류뿐만 아니라 활돔, 활농어, 활민어, 냉동새우, 표고버섯, 당면, 메주에 대해서도 조정관세를 감축하기로 했으며, 아르헨티나의 쇠고기, 가금육, 오렌지 수입을 위한 위험평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혀졌다. 정부가 협상국의 입장을 고려해 협상전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더 많은 이면 합의가 있었지 않느냐는 의구심마저 든다.

지난해 농민들은 쌀 재협상과 관련해 정부의 신중하고 투명한 협상을 요구하며 뜨거운 여름에도, 살을 에는 추위에도 집회를 했었다. 그때마다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으며, 농민단체들의 이면합의 의혹에 대해서는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고 공언해 왔다.

소위 국민의 공복으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자들이 국가의 이익은 고사하고라도 불과 1년이 안가 탄로 날 거짓말로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연출한 것이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식량의 문제를 그것도 주식인 쌀을 협상하면서 국민을 기만하는 정권을 어떻게 신뢰하겠는가.

정부는 농민들과 국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인도와 이집트에서 수입하기로 한 쌀을 전체 수입물량에서 제외하여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8%이내(7.96%)로 성공적인 협상을 진행했다고 자평하며 국민들을 속였다.

그러나 이 두 나라의 물량을 포함하게 되면 우리의 전체 수입물량은 8.18%가 된다. 이것이 정부의 의도된 국민기만이 아니라 만약 정부가 검증 기간 내에 이집트, 인도와 협상을 했다면 이는 정부가 자동관세화론에 빠져 무능하게 협상을 진행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농민들의 이면합의 주장에 대해 부가적 사항에 대해 검증기간동안 계속 협의를 했기 때문에 이면합의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1월 정부는 호주의 유채유 관세인하 등에 관해 이면합의가 있었음을 시인했었다.

그렇다면 협상 중에 진행한 것은 이면합의이고 검증기간에 진행한 것은 이면합의가 아니라는 말인가. 그야말로 한낱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협상 결과를 놓고 볼 때 협상 당사자들이 우리 농업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는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보신주의에 입각한 구태의연한 밀실협상으로 국민과 국회를 속이기 위한 협상의 결과 밖에 없다.

정부의 수순은 분명하다. 외국과의 협상이 끝났으니 국가 신인도를 생각해서 국회비준을 하라며 다시 국민과 국회를 협박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번 문제를 풀기 위해 다시 국민과 국회를 협박하려 한다면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자초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각인해야할 것이다.

협상 결과 전면 공개하라

지금이라도 정부는 국민들에게 협상의 결과를 전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그 길만이 국민의 불신을 하루 빨리 없애는 길이 될 것이다. 또한 국회는 여야를 떠나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의 식량주권을 내어준 정부의 통상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도 이번 사태의 본질을 분명히 보아야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대통령의 측근이 개입했느냐 하지않았느냐로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으로 들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극단적으로 계약금 620만 달러 중 절반인 310만 달러를 손해보는 것으로 끝나지만 쌀은 우리의 식량주권과 직결된 생명의 문제임을 각인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정현(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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