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 된 관중태도 ‘숙성’ 중

26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두산의 경기에서 일어났던 장면이다.

4-3으로 뒤지던 8회 말 두산의 공격. 한화의 중간계투 오봉옥의 컨디션 난조로 1사만루의 찬스를 잡았고, 손시헌이 타석에 들어섰을 때 한화의 투수는 조영민으로 교체되었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를 노린 손시헌의 타구는 힘없이 유격수 앞으로 흘러갔다.

한화의 유격수 백승룡이 전진하면서 공을 잡아 2루에 송구, 선행주자를 잡은 뒤 2루수 한상훈이 다시 1루에 공을 뿌렸다. 타자주자 손시헌은 전력질주 끝에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시도했다. 타구가 느렸고, 한화 내야진의 수비력이 상대적으로 불안했고, 무엇보다도 언뜻 보기에도 주자가 먼저 도착한 듯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1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주심은 타자주자에 대해 아웃판정을 내렸다. 한화의 수비수들은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3루 더그아웃으로 뛰어가고 한화의 응원석에서는 환호가 터진 반면 두산은 김경문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나와 격렬하게 항의했다.

1루심을 포함한 네 명의 심판과 두산의 코칭스태프가 1루 주변에서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항의가 거세졌고, 이러한 소동은 8분여 동안 계속되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웬만한 팬들은 심하게 흥분하거나 심지어 경기장에 오물을 투척하기도 하며 더 심한 관중은 경기장에 난입하기도 하는 게 지금까지 흔히 볼 수 있는 과거의 모습이었다.

타자주자가 살았다면 2사 1, 3루의 찬스를 연결해 가면서 역전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두산팬들이 흥분을 한다고 해도 이해할 만했다.

그러나 두산 응원석에서는 계속 ‘세이프'만을 함께 외칠 뿐 그 이외의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왜 저렇게 조용할까 싶을 만큼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경기는 결국 한화의 4-3 승리로 끝났고, 두산은 명백한 오심으로 인해 4연패에 몰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러나 두산팬들의 성숙한 관전태도는 더 이상의 불상사를 허락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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