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의원은 정말로 마산시의원 답다.” “마산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는 아마 전국에서 제일 유명한 의원들이 있기 때문일게다.”

지난 20일 마산시가 현재 27개동을 18개동으로 통폐합하기 위해 시의회에 제출한 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된 그날 이후 저녁 술자리에서 안주가 되고 있는 말이다. 취기가 오르자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불경기에 연봉이 얼마인데 가만 있겠어, 자신의 지역구가 없어지는데 밥그릇을 차버리겠어….”

행정구역 개편은 행정구역과 주민 생활권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명분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일선 시군에서는 물론 최근 정치권에서도 행정체계 개편에 대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산시 행정구역 조정안 반대

여당과 야당은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밑그림을 내놨다. 열린우리당은 3단계로 되어있는 행정체계를 줄여 1개의 특별시와 50만~100만명의 광역시 60~70개를 두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은 평균 2~5개의 인근 시군을 통폐합해 70여개의 지역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구를 기준으로 주변환경을 고려하고 필요하면 시·도와 시·군·구의 경계를 넘어 통폐합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구는 도시지역 100만명, 도농 복합지역은 50만명, 농촌지역은 30만명 등 3단계로 나눠 기준을 정했다.

물론 여야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같은 밑그림이 나온 배경에는 지금 행정의 비효율성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효율성은 경쟁력이 없다. 기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 합병을 하고 있듯이 행정구역도 서로 합쳐서 경쟁력을 키워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 특히 지방분권을 바란다면 행정구역 재편이 이뤄져야 하고 또한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산시의원들에게 당부한다. 비록 일부 시민들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고 싶겠지만 “밥그릇 챙기기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빨리 떨쳐버려야 한다. “의원들이 얼마나 시정 발목을 잡았으면 마산시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었겠어, 또 얼마나 유별 났으면 제대로 되는 일들이 없을까. ” 시민들이 시정의 잘잘못을 모두 의회 탓으로 돌리려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자도 의원 전부가 매도당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생각건대 무조건 통합하고 줄인다고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성에 따라 장단점은 분명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난 97년 마산시의 구청폐지와 함께 동 통폐합은 시민들이 원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그 옛날 전국 7대, 10대 도시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시민들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하는 이야기로 들어 주어야 한다.

속보이는 밥그릇 챙기기

마산시의회는 30명의 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구가 거의 비슷한 김해시 의원수는 18명이다. 또 인구 40만, 42만명의 경기도 의정부시와 남양주시는 각각 14명과 18명으로 되어 있다. 더구나 인구 70만명에 이르는 안산시의 경우 의원수가 22명이다. 의원수로 단순비교를 하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또 마산시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다. 하지만 경쟁력과 행정의 효율성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화와 광역화가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이기에 비교했다.

여기에다 이번 마산시의 행정구역 조정안에 반대한 의원들이 행정구역 조정으로 광역화되면 시의원 수가 줄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논리를 폈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기관 대립형이어서 시의회가 시를 견제하고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의원의 수가 적어서 기능을 못한다는 게 반대 이유였다. 상임위원회의 의원 정수가 줄어 집행부의 로비에 쉽게 노출된다는 걱정을 했다. 그럴 듯하지만 이것은 순전히 의원의 자질 문제다. 정말로 어불성설이다.

마산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마산의 발전은 의원들의 역할에 달렸다고 한다. 아직까지 시의원이 아닌 동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원들, 또 오직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의원들, 이젠 제발 욕심 좀 버리라고 당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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