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처음 만난 건 대학 1학년 때 즈음인가였다. 이미 그전에 그는 나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었다. 교복을 입던 까까머리 시절부터 나는 그와의 만남을 내심 기다려왔다. 그에게서 배어나는 그 멋스러움, 이를테면 고독함,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시니컬함, 그리고 빨리 어린시절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우리에게 보여 주는 그 어른스러움. 그리고 마침내 처음 그를 만났던 순간, 그 아찔하고 울렁이듯 설레며 아스라한 나락으로 끝없이 떨어지던 기억.

이후 그와 나는 의기투합했다. 말 그대로 한시도 떨어져 지내본 적이 없다. 절망감과 무기력함이 우리를 좌절케 하던 그 시절. 캠퍼스에 지랄탄(?)이 터지고 백골단이 뒤쫓을 때 어느 골목길로 피한 촉박한 휴식에도 나는 그를 애타게 찾았다. 뒤풀이를 하면서 막걸리 잔을 앞에 두고선 그 없이는 얘기조차 되질 않았다. 어느 덧 그는 우리의 대열에서 누구보다도 가까운 동지가 되어있었다.

나를 지배했던 담배

군대. 한없이 낯설고 공포스럽던 이등병시절. 이번에는 그를 영 못볼 줄 알았었는데 정말 신기하게 그곳에도 그와의 만남은 허용됐다. 돌아보건대 첫사랑의 여자가 구구절절함을 설명하며 뚝뚝 눈물담은 내용으로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위문편지를 날렸을 때, 강원도 눈 덮인 983고지에서 그가 없었으면 무엇으로 위로 받았을까?

삶의 무게만큼 무거운 군장을 지고서 천릿길을 걸을 때도 그가 있어 단 10분의 휴식이 기다려졌고 교련혜택을 받지 못해 동기들은 모두 제대했지만 3개월을 더 기다려야 했던 내 곁에는 변함없이 그가 있었다.

이후 시간으로 따지면 20여년 간 우리는 같이 지내왔다.(정확히 25년이다) 그러나 6개월 전, 나는 마침내 그와 이별을 했다. 다시는, 죽어도 그를 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매몰찬 이별, 권태로움이 아닌 생이별, 남의 연인이 되어버린 옛 애인을 보는 듯 무덤덤하기로 작정한 이별. 대충 그런 이별을 했다.

왜냐고? 그는 애초부터 나에게 공생이 아닌 기생을 요구했고 멋모르고 동의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어느 순간인가 스멀스멀 내 정신과 육체를 지배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나의 의지는 그 앞에서 무력해져갔다. 그리고 최소한, 우리가 타인을 도와줄 수 없으면 괴롭히지는 말아야지 않겠나. 저 한 몸이야 어찌됐든. 그런데 그는 아랑곳 않는다. 심지어 내 아내와 아이에게도 그 역함과 파괴스러움을 드러내길 주저치 않는다. 이러고서야 어찌, 동귀어진을 하든 양패구상을 하든 지금, 늦었다 싶은 지금 일도양단의 결판을 봐야겠다는 것이었다.

담뱃값 또 오르기전에 결심을

나와 담배와의 관계를 의인화하여 꾸며봤습니다. 담배를 끊은 지 꼭 6개월이 지났습니다. 이 즈음이면 몸속의 니코틴이 모두 빠져나간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랑하고 싶습니다.(이런건 공익광고) 정말 힘들었거든요. 우리집은 ‘골초가족’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나까지…. 근데 놀라운 것은 금연을 결심한 것은 50년을 피워오신 아버지가 먼저였습니다. 어머니는 치매로 담배맛을 아예 잃어버렸고요. 일흔다섯의 연세이신데 무슨 미련이시냐구요? 아닙니다. 인생이든 뭐든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겁니다.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고치는 게 우선 아닙니까. 얼마 전에도 겪었던 산불. 혹시 우리나라 산불의 60% 이상이 담뱃불이 원인인거 아십니까. 그 피해액은 해마다 180억원에 이른답니다.

경제적 손실은 더합니다. 찾아보았더니 1인당 한갑당 2000원으로 계산하면 흡연 결과로 발생한 치료비, 업무손실비, 간접흡연자들의 질환비용 등 연간 적게는 3조 많게는 10조까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흡연자들은 담배회사를 공격해야 합니다. 은연중에 이들은 청소년에게 담배는 어른세계로 들어가는 관문, 불법적인 쾌감을 주는 상품의 하나, 술과 섹스에 연결되는 이미지를 주고 있습니다. 왜 갑자기 금연이야기냐고요? 7월이면 담뱃값 또 오릅니다.

그리고 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담배 때문에 발생하는 업무손실비용이 생각보다 많다는 게 너무 밑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업마다 금연비용을 들이는구나, 대기업이 돈이 남아서가 아니구나’ 라는 판단입니다.

/이원우(주식회사 이엔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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