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자신이 직접 선발한 한국 음악계의 기대주 13명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바이올린의 거장 정경화씨가 창원을 찾았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음악을 담당한다고 해서 음악을 잘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날 객석에 앉아 그의 음악을 듣자 이 감동을 독자들에게도 전달하고픈 작은 바람이 생겼다.

공연 전부터 인터뷰 시도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공연 소식을 듣고 기획사에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깨끗이 거절당했다. 사실 자존심이 상했다. 앞서 지방 순회연주회 소식을 전하는 서울지역지들의 기사를 미리 봐 온 터라 ‘촌신문’ 기자의 자격지심이 발동했다.

공연 시작 전에 인터뷰 여부를 묻는 2차 시도도 실패했다. 이제 공연 후 무대 뒤를 노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기실 입구에는 보디가드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이때 지나간 원군, 안면 있는 음악관계자가 대기실을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즉각 경호원들에게 ‘그 분’ 사무실을 찾아간다고 거짓말(?)을 했다.

1차 관문을 통과하자 또 다른 철문이 기다리고 있었다. 문 저 편에 정경화씨가 보였다. 그대로 돌진하자니 체면을 구기는 상황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철문 뒤에서 도둑고양이처럼 안쪽의 상황을 주시했다.

꽤 시간이 흐른 후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노렸다. 팬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정경화씨를 포착, 마치 일행인 것처럼 붙어 서서 사진을 찍었다.

관계자들은 생면부지의 사람이 일행인 양 행세를 하니 당황한 듯했다. 정경화씨의 어리둥절한 시선도 내게 와서 꽂혔다. 눈길 끌기에 성공했다고 여긴 즈음, 정경화씨에게 말을 붙였다. “안녕하세요. 경남도민일보 기자입니다.” 순간 좌중은 얼어붙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조심스럽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처음에는 곤란하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지만 이메일 인터뷰라도 괜찮다고 매달리자 흔쾌히 질문을 보내달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성공이었다. 도내 관객들과 바이올리니스트 거장 정경화씨의 지면을 통한 만남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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