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이었다. 지인으로부터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있는데 보러가자고 연락이 왔다. 공연을 한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지만 1명 관람료가 5만원 이상이어서 거의 관람을 포기하고 있던 터였다.

문화수준은 높이고 싶고, 그 정도 공연은 보러갈 만한 여유가 안된다고 하기가 멋쩍어 순간 망설였다.

수익률 올리기 치우쳐

지인은 “우리가 S석이나 A석에 앉아 보기는 힘들고, 2층 좌석에서 볼거다. 마침 성산아트홀 문화회원 할인에다가 교직원 단체(10명 이상)할인까지 되니까 20% 정도 싼 가격에 볼 수 있다. 애들도 보여주면 좋다”고 함께 가기를 권했다.

아이들 교육에 좋다는 말에 솔깃해져 할인되면 얼마냐고 물었더니 1명에 2만1000원이라고 했다. 재빨리 계산하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 보면 8만4000원이고, 애들이랑만 보면 6만3000원이었다. 6만3000원쪽을 선택했다. 물론 카드로 결제했다.

<호두까지 인형>은 정말 볼만했다. 국립발레단의 발레 수준과 공연 내내 흐르는 클래식 음악에 매료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2층 왼쪽 구석 자리에서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좀 더 가까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어 조금 씁쓸했다.

아이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여 준 것만으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보여주려면 확실히 보여줘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좀 더 저렴하게 좋은 공연들을 볼 수는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성산아트홀이 지난 25일로 개관 5주년을 맞았다. 문화공간이 척박했던 창원 마산 지역에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준 점에서 성산아트홀의 개관은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너무 수익률 올리기에 치우쳐 대다수 창원 시민들이 만끽할 수 있는 공연은 적고, 관람료가 비싸 료열층 위주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만 주력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의 시간. 설사 중앙에서 유치해 온 공연들이 비중있는 공연이라 할지라도 일부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만 만족시키는 공연이라면 지역 문화공간의 정체성을 다시 살필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아니 더 빨리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했어야 했다.

더욱 놀랄만한 일은 개관 5년이 지나도록 성산아트홀 문화를 즐기는 관객(문화회원)의 성향을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화로 예매하는 관객의 주소는 파악하고 있지만 관객 각자에 대한 문화 향유 성향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어떤 관객이 어떤 공연을 즐겨보며 어떤 수준의 공연들을 주로 보는 지 하나도 체크되지 않고 있다.

물론 관객들의 성향을 알지 못하니 개개인에 대한 마케팅도 이뤄질 수가 없다.

관람료 비싸 그림의 떡

국내에서 으뜸가는 공연을 유치해 놓고도 ‘볼 사람은 보고 말 사람은 말라’는 식이다. 수익만 계속 올리면 되니까 관객들이 어떤 문화에 목말라 하는지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성산아트홀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전산가공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성산아트홀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관객이 어떤 등급, 어떤 공연을 선호하며, 예매 시기는 언제인가 등을 파악하는 기본적인 마케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는데도 자체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수익성이 뛰어난 원인 중 하나는 공연 관람료가 무척 비싸기 때문이다. 같은 공연이라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하면 5만~10만원이고, 거제 등 다른 지역에서 하면 훨씬 저렴해진다. 창원 주변 관객들이 거제 등 먼 지역까지 가서 공연을 관람할 수 없다는 측면 때문에 ‘고가 공연’이라도 먹힌다는 것이다.

‘비싼 공연을 봐야 문화수준이 높아진다’고 착각하는 일부 몰지각한 관객들의 잘못된 문화즐기기도 성산아트홀의 방관적 태도를 돕고 있다.

얼마 전 성산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의 공연도 보고 싶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꿀떡 같았다. 그러나 관람료를 보고 이내 마음이 돌아섰다.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전공할 것도 아닌데, 언젠가 비싼 돈주고도 수준높은 공연을 관람할 날이 오겠지 하며 생각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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