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걸음걸음 독도 사랑 휘날려라

   
걸어서 독도까지. 독도사랑을 위해 천리 길 국토대장정에 나선 청년이 있다. 여럿이 나선 길도 아니고 혈혈단신. 서진훈(27·울산시 울주군) 씨는 ‘독도를 사랑합시다 우리는 독도의 국민’이라고 쓴 깃발과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나섰다.

지난달 30일 강화도를 출발한 그는 27일이면 대장정 29일째를 맞는다. 지난 24일 마산·진해를 거쳐 부산으로 향했던 그는 26일 부산 광안리를 출발해 울산으로 향하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도전의 길을 걷고 있는 진훈 씨를 전화로 만났다.

식당 개업 준비 중 일본 망동 소식에 길 나서

지난달 초까지 울산의 일식출장전문점에서 요리사로 일했던 그는 자신의 식당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에서 아이디어를 찾던 중 일본의 독도 망동 소식을 듣고 국토대장정에 나섰단다. “뉴스를 접하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 걸어서 독도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습니다. 여행을 떠나온 게 아니라 도전의 길을 나선 거죠.”

강화도를 출발지로 선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섬 중에서 북녘 땅과 가깝잖아요”라고 답했다. 강화도에서 김포, 화성, 보령, 군산, 고창, 부안, 목포, 벌교, 순천을 거쳐 하동, 진주, 함안, 마산, 진해, 부산에 도착했다.

말이 천리 길이지 거리로 계산하면 천리가 넘어도 한참 넘는 길이다. 그가 걸어온 길과 똑같지는 않지만 수원에서 국도1호선을 따라 목포까지 394㎞, 국도2호선 목포에서 부산까지 483㎞, 국도 7호선 부산에서 속초까지 449㎞, 단순계산만 해도 1300여 ㎞. 독도까지는 걸어서 가지 못하니 배를 타야한다. 속초까지 갔다가 동해 묵호항에서 울릉도 가는 배를 탈 계획이다. 독도에서 깃발을 휘날리고 돌아오겠단다.

그는 준비를 해서 나선 길이 아니기에 첫날부터 탈이 나 고생했다. 삐끗 했던 오른쪽 무릎을 끌고 부산까지 온 셈이다. 하루일과는 낮 12시에 길을 나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할 땐 새벽 3시까지도 강행군. 낮에 출발하는 건 두끼만 먹고 경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란다. 밥은 길을 가다 식당에서 먹고 잠은 찜질방이나 여관에서 해결한다고 전했다.

하루 10~14시간 걸어서 이동하는 거리가 몸 상태에서 따라 30~60㎞. 진훈 씨는 “걷는 게 익숙해져서 두 달 일정을 40일 정도로 단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자신했다.

홀로 걷는 길이지만 지훈 씨는 많은 것을 얻었다. 지난 24일 마산을 통과할 땐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가 동행하기도 했다. 지나가는 차에서 그를 보고 ‘힘내세요’라는 응원에 물과 간식을 전해주기도 한단다.

3월 30일 강화도 출발, 24일 마산 거쳐 속초로

진훈 씨는 서해를 따라 내려오면서 만난 50대 아저씨를 잊지 못한다. “어르신께서 나는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도전을 해보지 못했는데 부럽다며 포기하지 않고 이뤄내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걸어서 독도까지 천리 길 국토순례대장정에 나서 지난 24일 마산을 거쳐가는 서진훈씨./박일호 기자
28일 일정동안 비가 오는 단 이틀만 발걸음을 멈췄다. 차는 두 번. 한번은 다리가 아파 도저히 걷지 못할 정도로 괴로웠던 둘째 날 찜질방을 찾지 못해 15분 정도 차를 탔고 나머지는 서해안고속도로인지도 모르고 서해대교를 지나다 도로공사 순찰대에 걸려 어쩔 수 없이 차를 탔단다.

시 쓰기를 좋아한다는 그에게 걸어온 길과 풍경은 시가 된다. ‘빛소리는 계절의 마음이고 독도는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이라고 한 구절을 소개했다. 또 너무 세상을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단다. 진훈 씨는 “서해, 남해, 동해를 따라 독도에 가면 독도사랑이 휘날릴 것입니다. 누구도 독도를 넘볼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확신했다.

2남1녀 중에 막내인 그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길을 나선 걸 알리지 않았단다. ‘진훈 씨의 도전’이 성공하는 날 알려드리고 싶단다. 부산에서 핫도그를 사먹으면서 할머니한테서 들은 이야기도 들려줬다. “어디서부터 걸어왔냐고 물어 보셔서 이래저래 왔다하니까 ‘부모님 말씀을 그렇게 들어 본적 있냐’고 하시는데 어찌나 찔리던지.”

사람들 응원이 힘…“독도는 우리 국민의 마음”

독도까지 대장정을 마무리하면 그는 새로운 희망을 키워할 작정이다.‘시인과 요리’라는 간판을 걸고 한식과 일식을 통합한 식당을 여는 게 꿈인 그는 다시 일식전문점에서 밑바닥부터 일을 시작해 자격증도 따고 싶다고 전했다.

그가 좌우명같이 되새기는 자작시를 소개했다. “하늘의 불빛은 별이 되고 / 지상의 불빛은 내가 살아갈 인생의 불빛인 것 같네 / 그 속에서 가장 빛나고 싶네 / 그 누구의 꿈도 아닌 나만의 꿈 /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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