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투수왕국 재건’꿈꾼다

2005 프로야구 3주째에서는 몰락 기미를 보이던 기아가 두산과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중위권 도약을 노리게 됐고, 롯데 역시 4승 2패를 기록하며 단독 3위로 올라섰다. 반면 기아에 충격의 3연패를 당한 두산과 지난주 2승 4패의 부진에 빠진 삼성은 공동 선두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최하위 기아와 승차가 4.0게임차에 불과하다.

◇ 롯데 부활의 힘은 ‘투수 왕국 재건’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며 부산 팬들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롯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끈끈한 승부 근성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집중력은 롯데의 올 시즌 돌풍이 허풍이 아님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롯데 돌풍’의 선봉은 투수들. 팀방어율 4.42로 삼성(2.96)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손민한-염종석-박지철-이용훈-장원준으로 이어지는 선발투수들의 현재까지의 페이스가 좋다. 방어율 5위안에 무려 3명이 포진되어 있다.

롯데의 10승 중 이들 선발진이 거둔 승수는 7승. 이중 에이스 손민한이 3승을 책임졌다. 손민한은 3승 1패에 방어율 2.67(5위)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를 이끌고 있다.

염종석과 이용훈도 선발 한 축을 당당히 꿰찼다. 염종석은 잘 던지고도 승리와 인연이 없어 1승 1패에 그치고 있지만 방어율 1.57로 당당히 부문 1위를 기록중이다.

손민한-염종석-이용훈 라인 위력…팀 방어율 2위

이용훈도 2승 2패에 방어율 2.66(4위)을 기록하며 롯데 승리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이용훈은 탈삼진 26개로 배영수(삼성·31개)에 이어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박지철과 장원준도 조금 아쉽지만 무난한 모습이다. 박지철은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하며 방어율 4.58을 기록하고 있고, 장원준도 1승 2패에 방어율 4.95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둘의 페이스가 조금만 더 올라온다면 롯데는 ‘최강 마운드’ 삼성 못지 않은 선발 투수진을 구축하게 된다.

또 마무리 노장진의 현재 성적도 좋다. 노장진은 방어율이 4.70으로 다소 높지만 6세이브를 기록하며 이 부문 공동 1위에 올라있고, 마무리 투수 치고는 많은 개수인 16개의 탈삼진을 잡아내 공동 16위에 올라있다.

중간계투진도 괜찮다. 강상수·가득염·이정훈이 무실점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민과 ‘새내기’ 이왕기의 역투가 눈부시다.

특히 이정민은 2승 1패 2홀드를 기록중이며 탈삼진 15개에 방어율도 2.45로 좋다. 이정민은 24일 SK전에서 선발 박지철에 이어 등판 2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 팀의 8-4 재역전승의 한 축이 되었다.

박기혁·최준석 등 불방망이…투타 밸런스 조화

이왕기도 2홀드 방어율 3.68을 기록하며 롯데 마운드 허리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 롯데, 방망이도 무시하지 마라

롯데 타선도 마운드 못지 않다. 팀타율 0.276으로 3위를 기록중이다.

롯데 타선의 ‘핵’은 박기혁. 박기혁은 타율 0.360(50타수 18안타)으로 타격 8위에 올라있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하게 3할대 중반을 유지하며 롯데 하위타선을 이끌고 있다. 정수근도 지난해보다 한층 좋아졌다. 타율 0.348(69타수 24안타)로 타격 11위·최다안타 3위에 올라있고, 전매특허인 도루도 5개로 공동 1위에 올라 ‘1번 타자’로서 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 타선의 ‘신성’은 최준석. 2001년도에 롯데에 입단 4년간 고작 12경기에 나서 22타수 5안타(타율 0.227)에 그쳤던 최준석은 주전 포수 최기문의 부상 공백을 틈타 주전 자리를 꿰차면서 타율 0.346(52타수 18안타)로 타격 12위에 올라있고, 11타점으로 팀내 2위를 기록중이다.

체력부담이 많은 포수 자리를 박경진에 넘겨주며 지명타자로 많이 나서면서 최준석의 고감도 방망이는 더욱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롯데의 ‘핵폭탄’은 4번 타자 이대호다. 이대호는 홈런 공동 3위(4개), 타점 공동 2위(17점)로 놀라운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시즌 초반 2할대 초반을 오르내리던 타율도 0.273(66타수 18안타)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롯데의 골칫거리는 용병들. 킷 펠로우가 24일 SK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기는 했지만 아직 미지수인데다 ‘주포’ 라이온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라이온은 2할대에도 못미치는 타율(0.183)에다 홈런 없이 고작 5타점에 그치고 있다. 라이온이 부활한다면 롯데 타선은 한층 더 무서워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번주 원정 6연전에 나선다. 26일부터 28일까지 수원에서 현대와,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는 잠실에서 LG와 원정경기를 치른다.

두 팀 모두 들쭉날쭉한 경기 내용을 보이며 공동 6위에 마크돼 있는 만큼 충분히 승수쌓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기아 상승세, 두산 하락세 이어질까

지난주말 두산전에서 끈질긴 승부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두차례 연출하며 3연승을 따내 분위기 반전을 꾀한 기아가 최하위에서 탈출, 중위권 진입이 가능할지 관심사다.

기아는 5위 SK와 공동 1위 삼성과 맞붙는데 아무래도 광주 홈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SK전에 올인할 듯.

팀방어율 5위(4.53), 팀 타율도 5위(0.265)를 기록하고 있는 기아로서는 꼴찌가 믿기지 않는 성적표다. 게다가 김진우가 선발 진입을 노리고 있고 신용운이 다시 마무리를 맞게 된 점도 기아로서는 전력이 한층 안정됐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하위타선에 포진한 손지환과 김민철이 연이틀 결승타를 날리며 ‘해결사’ 노릇을 한데다 이종범이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다는 것도 기아로서는 호재다.

반면 삼성은 기아전보다 LG전에 승부를 걸 듯 보인다.

공동 6위 LG전에 배영수-바르가스-해크먼 ‘트리오’를 투입, 선두 질주를 이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부상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위타자’ 김한수와 진갑용을 100% 활용 못한다는 것은 삼성으로서는 악재.

이밖에도 기아에 내리 3게임 발목이 잡히며 승률이 6할대(0.611)로 떨어진 두산이 이번주 한화와 SK를 상대로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혼전을 거듭하며 ‘춘추전국시대’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2005 프로야구. 5월로 접어드는 이번주 경기 결과에 따라 시즌 초반 ‘강중약’ 체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따사로운 5월의 햇살 아래 녹색 그라운드에서는 ‘백구의 향연’이 연일 뜨겁다. 그 따사로운 현장 속으로 함께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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