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농구맛 좀 알겠다”

   
 
 
“너희들은 농구에 있어서는 전문가잖아. 대충 대충 할 생각이랑 버려.” 맡는 팀마다 정상의 반열에 올려놓으며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마산고 농구부 추헌근(56) 감독은 선수들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하기로 유명하다. 때로는 자신의 끊어진 아킬레스건을 직접 보여주면서 몸가짐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그다. 올해로 3년째 모교인 마산고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추헌근 감독을 만나 그의 농구인생을 들어봤다.

25일 연맹회장기를 마치고 찾아간 마산고 농구장에는 쉬는 시간이라 한 학생이 공을 가지고 놀고 있을 뿐 부산함은 느껴지질 않았다. 추 감독은 “선수들은 휴가 보내고 정리할 게 있어 체육관에 나왔다”며 대뜸 농구 관련 사이트를 적어 보여준다.

70년 방콕 아시안게임 우승 멤버…허리부상으로 조기 은퇴

“여기만 들어가면 농구에 관한 웬만한 소식은 전해들을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다소 거친 외모와는 달리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다. 추헌근 감독이 농구를 시작한 건 마산중학교 3학년 시절. 당시로는 큰 키(181.5cm-지금도 작은 키가 아니지만) 때문에 농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고…. 이후 마산고와 전매청(현 담배인삼공사)을 거치며 센터로 명성을 쌓았다. 또 그는 구기종목으로서는 처음 금메달을 딴 70년 방콕 아시안게임의 멤버이기도 하다.

실업선수로 9년 정도 뛴 추 감독은 갑작스레 찾아온 허리부상으로 다른 동기들에 비해 빨리 은퇴했다. 선수생활은 다소 빨리 마감됐지만 지도자 생활은 그만큼 길었다는 얘기.

77년 건국대 감독직을 시작으로 외환은행과 동국대 등을 거쳐 마산여고, 마산여중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했다. 지도자 생활만 25년이 넘었다고 하니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었지 않았을까? 추 감독은 어린 선수들 특히 마산여중을 맡았을 때가 제일 힘들었고, 그만큼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추 감독은 “여중 선수들은 우선 섬세하고 세밀하게 지도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의 모든 팀을 해봤으니 이제 농구인생의 마지막은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으로 마감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추헌근 감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기본기”라며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농구지식을 어린 농구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한창 ‘살인미소’로 뜨고 있는 신정자(국민은행)와 임영희(신세계)가 그에게 직접 농구를 배운 제자들이다.

농구공을 잡은 지 40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농구에 관한한 달인의 경지에 오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답은 달랐다.

추 감독은 “CF에 보면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 말이 정답인 거 같네요. 정말 이제야 농구에 대해 눈을 뜨는 느낌인 걸요”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지난 시즌 LG 세이커스가 하위권을 면치 못한 이유 중 하나도 코칭 스태프가 너무 젊어서라고 꼬집었다. 또 학연에 얽매인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했다.

중학교부터 줄곧 코트를 떠나지 않은 그지만 딱 2년 간 외도를 한 적이 있다. 바로 마산고로 부임하기 직전 그는 농구계에 환멸을 느껴 벌을 키우며 생활하기도 했다. 그는 “벌과 함께 생활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인간사회보다 자기 임무에 대해 철저한 생활을 하는 벌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중·고·대학·실업팀 모두 지휘봉…“초교 지도 마지막 꿈”

이후 다시 모교인 마산고로 부임하게 된 추 감독은 그 해 전국체전 3위, 쌍룡기 3위에 오르며 마산고의 부활을 알렸다. 또 지난해에는 춘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하기도 했다.

올 해 계획에 대해 묻자 예상했다는 듯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다. “우선 전국체전 대표로 선발되는 게 첫 번째 목표고, 대표선발이 되면 체전에서 메달을 반드시 따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산고 출신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초청해 OB전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농구에 올인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추헌근 감독. 늘 변하지 않는 건 그가 펼치는 농구의 모습이다. 농구공이 둥근 만큼 모든 걸 보여주겠다는 그의 농구철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마산고의 경기가 궁금해질 뿐이다.

“CF에 보면 ‘니들이 게 맛을 알아’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 말이 정답인 거 같네요. 정말 이제야 농구에 대해 눈을 뜨는 느낌인 걸요.”

/사진 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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