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백음식 ‘실속·품격있게’

결혼철이다. 주변의 선남선녀들의 반가운 소식이 하나 둘 들린다. 준비할 것도 챙길 것도 많은 결혼, 그 절차 중 하나인 폐백음식은 새 식구의 집안을 결혼 전에 미리 들여다보는 잣대여서 꽤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페백은 무엇이며 폐백음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알아본다.

폐백은 전통 결혼에서 신부가 신부의 집에서 혼례를 치르고 시댁에 들어와 시부모와 시댁 식구, 그리고 조상에게 신랑 집안의 새 식구가 되었음을 고하는 혼례의식의 일부다.

큰상·폐백안주·이바지 음식…천연재료로 멋스럽게

폐백음식은 신부가 결혼할 때 해가는 음식을 통틀어 말하며, 친정어머니가 정성을 모아 예를 갖춰 시댁 식구들한테 딸 잘 부탁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폐백음식은 크게 본상, 폐백안주, 이바지 음식으로 나눠진다. 폐백음식의 특징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화려하고 예쁘다. 색색이 꾸미고 모양을 낸 것이 손이 많이 가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장보고 준비하고 만드는데 최소 3일은 걸리는 대 작업이다.

그러나 요즘같이 바쁜 생활 속에 손이 많이 가는 폐백음식을 직접 준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이를 대행해주는 전문가들도 생겨났고 학원이나 여성회관 등지에서 전문적으로 수업을 통해 가르치기도 한다.

최근 폐백음식은 허례허식으로 다양한 음식만 준비하던 과거와는 달리 집안의 가풍이나 문화에 맞춰 실속 있고 품격 있게 준비하는 경향이다.

결혼 하루 전 조상을 보는 음식이라는 의미의 큰상은 집안의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낼 때 올리는 일종의 신고식에 쓰이는 음식이다. 제사 후 같이 음복하며 '어느 집에서 어떻게 자란 여식이 우리 집에 며느리가 되어 오며 해온 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먹는다. 실질적으로는 예식 전날 집안에 손님이 많이 오므로 손님접대음식으로 쓰이는 용도가 크다. 종류로는 함지별로 생선, 전, 해물 졸인 것, 돼지고기 수육, 쇠고기 갈비찜, 영양갱, 강정, 유과, 건어물, 술, 과일, 약과와 강정, 떡, 정과, 가오리찜, 해파리냉채, 인삼튀김이 들어가며, 말 많은 시댁 식구들이 먹고 입이 딱 붙어 시집살이 시키지 말라는 의미가 있는 엿도 넣기도 한다.

폐백안주는 폐백 할 때 상에 올리는 음식으로 열매가 풍성한 대추, 밤, 은행을 이용하는데 자손만대로 번영과 윤택한 생활을 누리라는 의미가 들어 있다.

이바지음식은 부부가 신혼여행 갔다 와서 친정에서 하룻밤 자고 시댁 갈 때 가져가는 음식이다. 시댁에 가서 3일을 지내며 시어른에게 공양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올리는 밑반찬이 이바지음식이다. 이때는 손님들도 거의 다 가므로 집안 어른들이 먹는 의미가 크다. 그래서 큰상보다 비교적 규모가 작다.

종류로는 소고기 장조림, 젓갈류, 멸치나 생선 조림, 오징어 포 무침, 찰떡 또는 모듬 떡 한 가지, 과일바구니가 있다. 친정의 '삼시랑(삼신할매)'을 모시고 가는 의미에서 미역을 넣기도 한다.

다양한 음식 준비하던 과거 달리 집안 가풍 맞춰 간소화

폐백 음식은 천연재료를 사용해 익힌 음식이므로 상하지 않게 보관·운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멋스럽게 모양을 낸 것이 흐트러지지 않게 운반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따라서 택배나 용달은 예절을 갖춘 전달에 무리가 갈 수 있어 신부 측에서 직접 가져가는 것이 관례다.

또한 폐백 보자기로 싸는 음식이 많아 포개어 놓을 수 없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폐백음식을 대행할 경우 가격은 큰상은 120만원, 폐백안주는 20만원, 이바지 음식은 40만원부터 있다. 들어가는 음식의 가짓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혼례에서 쓰이는 음식이다 보니 모든 재료를 최상품으로 사용해 재료비가 많이 드는 편이다.

폐백안주 3가지

시댁에 드리는 첫 인사라는 의미의 폐백은 예식의 한 과정이다. 요즘은 전통 결혼이 아니라 대개 예식장 폐백실에서 폐백을 대신하면서 예전에 비해 형식이 많이 간소화됐다. 폐백하는 자리에 신부측 어머니가 예와 정성을 담아 올리는 폐백안주 3가지를 소개한다.

△잣대추고임 : 화려함과 만든 사람의 정성이 돋보이는 잣대추고임은 시아버지께 드리는 전통 음식으로 집안을 일으키고 자손을 번성케 한다는 약속의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대추에 청주를 뿌려 주름을 편다. 그런 다음 대추마다 잣을 박고 실을 꿰어 돌려가며 팔각이나 동그란 함지에 탑처럼 높이 쌓아올린다.

△구절판 : 어른들이 드시는 술안주다. 9개 칸으로 나눠진 함지에 마른안주를 주로 담는다. 은행(솔잎 끼워 리본을 묶음), 곶감 쌈(곶감의 씨를 빼고 안에 호두를 넣어 김밥 말듯이 말아 보기 좋게 썰어 담음), 육포(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육포를 불고기 양념장으로 양념해 잣으로 고명 얹음), 어포(대구포를 먹기 좋은 크기로 담아 검은깨로 장식한다), 깨강정, 은행(볶아서 꼬치 끼운것), 대추에 잣 박은 것, 김말이를 돌려담고 정 중앙 칸에는 밤 깎은 것을 넣는다.

△너비아니 : 쇠고기를 너비아니감으로 포를 뜬 후 양념해서 익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함지에 담는다. 위에 고명으로 메추리알 대추 호두 은행 체리 파슬리로 장식한다.

준비가 끝난 폐백안주는 건조해지거나 흐트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랩으로 싼 다음 폐백보자기로 싼다. 같이 상에 올릴 술은 청주나 법주를 술 보자기에 넣어 준비한다.

도움말/이종남 폐백음식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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