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소싸움대회서 다시 만난 소싸움 해설가 강용기씨

박진감 넘치는 소싸움 한판. 올해로 18회 째를 맞는 의령전국소싸움대회가 열리는 의령천 둔치에는 한 덩치 한다는 전국의 소들이 벌이는 숨가쁜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투우협회가 조직된 김해, 대구, 정읍, 창녕, 창원, 청도, 진주, 완주, 의령, 함안에서 모두 211마리나 출전해 공식대회는 21일부터지만 이틀 전부터 예선전이 진행됐다.

육중한 소들의 힘겨루기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지만 걸쭉한 해설로 재미를 더해주는 소싸움판의 해설이 기가 막힌다. 월드컵 축구 중계해설 저리 가라고 할 정도.

   
12년째 전국대회 도맡아 진행

소싸움 판에서 아나운서와 해설자 1인2역을 맡고 있는 전국민속투우연합회 강용기(49·김해시 장유면) 진행국장. 2년 전 의령소싸움대회에서 만나 본지에 화제의 인물로 소개됐던 그를 다시 찾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입담은 여전했다.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싸움소가 대략 500마리. 그는 전국 싸움소의 전적과 주특기, 소주인이 무슨 농사를 짓는지 하는 신상을 꿰고 있다. 12년째 전국대회를 도맡아 진행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단다. “처음엔 소 출전, 퇴장, 승패만 알려주었는데 구경꾼들에게 흥밋거리를 줘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입에 붙었다.”

소싸움이 장기전으로 갈라치면 다시 흥을 돋우고 싸움소의 절묘한 기술과 경력을 양념으로 소개한다. 밀치기, 머리치기, 목치기, 옆치기, 뿔걸이, 뿔치기, 들치기 같은 다양한 기술들이 그때 그때 소개된다. 소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때는 긴장을 놓치지 않도록 소가 혀를 빼거나, 숨이 가빠지고, 배설물을 쏟는 변화가 어떤 단계인지 관전포인트도 알려주는 게 핵심이다.

의령대회에 눈 여겨 볼만한 싸움소. 갑종(741㎏이상)에 전국대회를 휩쓸고 있는 범이(하영효·의령), 대웅이(김판락·진주), 천하무적(김진호·김해), 장군(박재동·창원). 을종(651~740㎏)에 사또(한우상·의령), 성주(이종원·청도), 해룡이(남장근·청도), 대호(최학준·김해). 병종(580~650㎏)에 차돌이(김두천·의령), 도꾸(배종규·김해), 벼락(남유현·함안), 악발이(김인옥·창녕), 쌍금이(송재유·김해).

“우리 농촌 지키는 방법의 하나... 후계자 찾지 못해 목하 고민 중”

그는 소의 체형을 유심히 보란다. 상체가 우람하면서도 뒷부분이 날씬한 사자형, 이마 넓으면서도 뿔 사이 간격이 좁고, 목이 굵지만 길고, 발목이 가늘어 날렵하게 생긴 소. 전국대회를 휩쓸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여덟 살 범이가 꼭 이 체형이다.

소주인과 소가 한몸이 되어 평소에 얼마나 단련이 되었는지 모래판에서 한 몸이 되어 힘 겨루기를 벌인다. 체급별 경기 중에서도 덩치가 큰 갑종은 꼭 헤비급 권투경기를 보듯 싱겁다. 강 국장은 다양한 기술과 힘을 겸비한 중량급인 을종의 경기가 볼만하다고 추천했다.

소싸움장 전문입담꾼의 힘은 대회 진행을 많이 맡은 것도 있지만 25년 경력의 소 사육에서 나온다. 그는 김해 진례에서 한우 100마리를 키우고 있고 직접 싸움소를 양성하고 있는 농사꾼. 그는 소싸움장을 다니면서 꼭 그 지역의 특산물을 소개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 살기 어려워져 가는 농촌을 지켜보려는 그의 노력이다.

그는 소싸움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소가 싸울 때 기술, 체형변화와 해설을 귀담아 들으면서 지켜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농경사회에서부터 가장 사람과 가까이 지낸 동물인 소, 그렇기에 소싸움을 보면서 사람들은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된단다. “옛날에는 소가 집안의 기둥이고 식구이상이었다. 우직하고 정직하고 싸움에서 힘에 밀리면 깨끗하게 뒤돌아서는 소는 거짓이 없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타임으로 경기가 이어지지만 그는 마이크를 놓을 줄 모른다. 대회마다 진행을 맡으면 집안 일도 소홀해질텐데 그렇지는 않단다. 대구 이남지역까지는 매일 집에서 왔다갔다한다.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서 우사를 돌아보고 경기장에서 진행을 맡고 저녁에 또 집에 돌아온단다. 며칠동안 경기를 진행하려면 목도 보호해야 하고 체력관리도 남다를 것 같아 물었다. “부천대회에서 하루 8시간씩 열흘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목소리는 타고 난 것 같다. 규칙적인 생활하고 술담배 안 하니까 버티는 것 같다.”


그도 요즘 고민이 있다. 2년 전부터 후계자를 물색하고 있지만 선뜻 나서는 이가 없기 때문. 강 국장은 “후배들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해도 잘 안 보인다”며 “소 키우는 젊은 2세대가 제격인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소싸움대회 활성화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첫 번째로 경기가 흥미로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가 20분이 넘어가면 지루해지는데 지구전에 강한 소를 양성하는 것 보다 다양한 기술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는 이어 경기가 좀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운영, 소에 이름표를 붙여 구경꾼들이 어느 소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해 의령군투우협회가 부산벡스코에서 추석 연휴 때 소싸움대회를 열어 하루 관람객이 3만 명까지 다녀갔던 기억을 떠올리며 소싸움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4일까지 소싸움대회가 열리는 의령천을 찾으면 그의 입담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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