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종친회 “법 절차 있는 줄도 몰랐다”

사적 73호인 김수로왕릉 경내에 허가를 받지 않은 공적비 3기가 세워져 말썽이다. 더구나 김해시청의 문화재 관련 부서와 문화재청은 무허가로 비석이 세워진 사실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사태파악에 나서 문화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21일 왕릉을 관리하고 있는 김해시 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김영준 가락중앙종친회 명예회장의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 비석은 가락중앙종친회가 세운 것으로 시설관리공단은 비석을 세우는 공사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시 문화재관련 부서에 알리지 않았고, 문화재청에 보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락중앙종친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 사유지일때 비석을 세울 자리로 터를 닦아 놨던 곳에 비석을 세운 것으로, 허가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가락국 시조대왕숭선전의 김상조 참봉은 “그런 법 절차가 있는 줄도 몰랐고, 예부터 비석 터로 닦여 있던 곳에 비석을 세운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파악 못해” 관리 허점 드러나

그러나 문화재보호법 20조에는 국가지정 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려 할 경우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또 시행규칙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또는 보호구역 안에서 건축물 또는 도로·관로·전선·공작물·지하구조물 등 각종 시설물을 신축·증축·개축·이축 또는 용도변경하는 행위 등은 허가 대상으로 지정돼 있다.

“사적지에 세워도 되나” 논란

김대중 전 대통령·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김영준 명예회장 공적기록

말썽이된 수로왕릉 경내에 세워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공적비에는 “대통령께서는 분단을 해소하지 못한 격동 반세기 동안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고 한국 정치의 한복판에서 온몸으로 독재정권에 맞서면서도… (중략) …위태로운 나라를 바로잡으니 세계가 흠모하도다”라고 공을 기리고 있다.

김해 수로왕릉에 있는 공적비
한국미협 부회장을 지낸 여원구씨가 글을 썼다.

또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공적비에는 “공은 군인으로서 정치인으로서 국가경영인으로서 조국을 위해 충성을 다하였고 종사를 위해 후손의 도리를 다하였으므로”라고 비를 세운 이유를 적고 있다.

김영준 명예회장은 가락중앙종친회 전 회장으로 종사를 위해 애쓴 일이 기록돼 있다.

이처럼 국가와 종사를 위해 애써온 사람들의 공적비를 나라가 지정한 사적지 안에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가락중앙종친회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예부터 살아있는 사람의 공적비를 세울 때는 조심스럽게 해왔는데 3명의 공적비는 해온 일의 격이 다른데도 나란히 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비석과 나란히 세워져 있는 비석은 모두 6기인데 지난 98년에 세운 재일가락종친회 연합회장 김종달 영세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숭선전 참봉을 지낸 이들의 영세비다.

한편 김수로왕릉 경내에는 이번에 새로 선 3기 외에도 모두 10여기의 비석에 서 있다.

공적비 중 가장 오래 된 것은 지난 1936년 숭선전 참봉을 지낸 김성학 영세기념비이며 가장 최근의 공적비는 지난 1998년 재일가락종친회 연합회장 김종달 영세비다. 이 사이에 4명의 숭선전 참봉 영세기념비가 섰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사적지로 지정된 지난 1963년 이후 세워진 비석이 허가를 받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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