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보 이승삼을 만나다

턱밑까지 이어지는 턱수염 때문에 아직도 ‘털보’로 세인의 가슴속에 기억되고 있는 이승삼(경남대 교수·마산씨름단 감독). 83년 프로씨름에 입문한 이 교수는 뒤집기의 달인으로 3차례 한라장사에 빛나는 민속씨름 1세대 스타다. 현재 경남대와 마산씨름단에서 후진 양성 중인 이 교수는 대학 2년 후배 이만기(인제대) 교수와 함께 세계민속씨름축제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기 위해 연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이승삼 교수를 만나 최초로 시도되는 세계민속씨름축제의 의미와 현재 시련을 맞고 있는 씨름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최홍만 K-1진출? 본인 의사 중요…우리 씨름 알리는 계기 되길…

LG 씨름단 해체? 프로만 보지 말고 땀 흘리는 아마들도 알아주길…


-세계민속씨름축제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나?

△학산 김성률 장사가 타계하고 마산씨름장과 문신미술관, 박물관 등을 묶는 관광벨트를 조성하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 얘기가 추진 돼 마산시민의 날 기간에 씨름축제를 준비 중에 있다. 알다시피 마산은 김성률 장사를 비롯해, 이만기, 강호동 등 유명 장사를 배출한 씨름의 고장이다. 따라서 이번 축제를 발판으로 마산이 세계민속씨름의 중심에 서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세계민속씨름축제, 다소 생소한데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나?

△세계 8개국 민속씨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경기를 벌이는 게 메인 이벤트라면 시민들이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으로 왕년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역대장사씨름대회를 들 수 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씨름스타들이 대거 출전해 옛 씨름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예정이다.

기술 없이 체력 앞세운 경기에 팬들 외면

-어떤 경기가 가장 비중이 높은가?

△시민들에게는 역대 장사들이 출전하는 경기가 관심을 끌겠지만 협회차원에서는 전국여자씨름대회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남자씨름과 달리 여자씨름은 큰 대회가 없기 때문에 마산대회를 전국 규모의 대회로 키우고 싶다. 그렇게 되면 남자부의 학산 김성률배 장사대회와 함께 마산을 씨름의 고장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화제를 돌려) 씨름스타였던 최홍만 선수가 K1으로 진출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다고 본다. 예전에 강호동 장사가 연예계로 진출할 때도 우려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잘 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씨름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본인에게도 시련이 닥치겠지만 잘 해내리라 믿는다.

-LG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프로씨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은데?

   
△프로씨름만 씨름이 아니다. 아직 14개나 되는 실업팀들이 건재하고 있다. 프로팀과 다르게 2~3년 단위로 계약하는 실업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씨름인들의 자성도 필요하다. 8개 프로씨름단이 있을 당시 좀 더 팬들이 원하는 쪽으로 경기 방식이나 운영방식을 생각했어야 한다. 하지만 당시 제 목소리만 낸 게 아쉬웠다. 또 기술보다는 체력이 우선되는 현 씨름판도 관중을 등돌리게 만든 하나의 이유라 본다.

‘인간 기중기’·‘날쌘 제비’ 같은 스타 부재

-씨름이 대중 스포츠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팬들이 많아져야 할텐데, 복안은 있나?

△선수수급은 절실한 문제다. 지금 도내에서 씨름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수가 50명이 채 안 된다. 어린 선수들은 ‘우상’을 따라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레슬링의 경우 선수들이 따로 연기공부를 하는 지 모르겠다. 그 만큼 팬들을 위한 경기와 제스처를 많이 취한다. 씨름판에도 이 같은 바람이 불어줬으면 좋겠다. 지난 민속씨름 초창기만 하더라도 그 선수하면 떠오르는 닉네임이 많았지 않은가. ‘씨름판의 신사(이준희)’, ‘인간 기중기(이봉걸)’, ‘만가지 기술(이만기)’, ‘뒤집기의 달인(이승삼)’, ‘날쌘 제비(고경철)’, ‘오뚝이(손상주)’다 기억날 것이다. 팬들을 위한 서비스가 절실하다고 본다.

세계민속씨름축제, 여자경기 붐 일으킬 것

-세계민속씨름축제를 계기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속씨름축제에는 씨름을 즐기고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준비돼 있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우리 것을 우리가 애착을 갖지 않으면 누가 가지겠는가? 마산의 씨름이 전 세계 씨름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당부하고 싶다.

사진/박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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