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환경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없이 많다. 주거·상업 등 공간 배치에서부터 건물의 크기와 구조, 도로망, 공원, 가로수, 심지어 전신주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 시각적 환경, 즉 건물 또는 가로의 옥외광고물 또한 도시환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간판’으로 지칭되는 옥외광고물은 상업적 수단으로 출발했지만 다양화된 사회구조 속에서 수많은 업종이 탄생하고 그에 따른 광고물의 절대적인 종류와 양적 팽창을 가져왔다. 그러나 종류의 다양화와 양적 팽창은 알림이라는 본연의 목적 이면에 미관과 직결되는 새로운 도시환경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무분별한 난립 효과 반감

물론 상인이나 광고주의 입장에서 보면 일단 튀고 보자는 식으로 요란한 광고물을 내걸고 싶겠지만, 세련되지 못한 광고물은 오히려 정보전달의 한계를 초래한다. 다시말해 광고물이 주변 환경과 건물의 크기·구조 등과 호응하지 못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불쾌감만 줄뿐 광고효과를 반감시키는 역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도시환경을 저해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가게·상갇대형 건물 할 것없이 모든 건축물이 광고물로 채워져 있음을 보게 된다. 광고물의 모양과 크기·색깔도 가지가지며 일관성도 없다. 일부는 주변의 전깃줄·가로수 등과 뒤엉켜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다.

실례로 가까운 마산을 보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창동·오동동을 비롯해 합성동 시외버스주차장 주변, 경남대 앞 댓거리 일대 중심상업지역은 상가건물이 광고물에 파묻혀 건물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소방도로변의 소규모 점포나 주택가의 가게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최근 들어 광고물 운용시스템이 첨단화하면서 디자인이나 조명광고도 장난이 아니다. 모텔같은 숙박시설이 밀집한 어시장과 해운동 일대의 해안도로변이 좋은 예다. 야간에 이곳을 지나다보면 광고물을 관리·단속하는 관청이 있나 싶을 정도로 원색적인 불빛이 쏟아진다. 그런 광고물이 모두 불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주변 상황과 조화를 이루지 못할뿐 아니라 민망할 정도로 자극적이라는 말이다.

장기적인 정비계획 필요

옥외광고물의 효율적인 관리와 합리적인 도시디자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창원시가 계획도시의 이미지에 부합하는 옥외광고물 표준 디자인을 개발해 옥외광고물 정비사업을 추진한다고 해 귀가 솔깃하다. 시는 곧 준공되는 도심 건물 3곳을 옥외광고물 정비 시범건물로 지정해 광고물의 규격과 자극적인 색체·서체 등의 사용을 피하고 주변과 조화로운 간판을 설치하도록 권장한다고 한다.

또 도청과 시청 주변 등 일정구간 3곳을 시범거리로 지정해 건물의 특성과 주변 여건·업종 등을 감안한 광고물 설치를 유도할 계획이란다.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된다. 웬만한 의지가 없는 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사업이어서다.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적잖은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상가나 광고주가 크고 원색적인 간판을 사용해야 광고효과가 난다는 검증되지 않은 인식이 팽배해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당국이 기회있을 때마다 불법광고물을 단속하고 언론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데도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참에 자치단체장에게 이런 주문을 하고 싶다. 보통 민선단체장은 훗날을 위해 여러가지 역점시책을 추진하기 마련인데 옥외광고물 정비에 온 힘을 쏟아보는 것은 어떤가 하고. 당장 효과가 나는 사업은 아닐지라도 4년 혹은 8년 정도의 장기계획을 잡고 끈기 있게 추진한다면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서 가장 쾌적하고 매력적인 도시환경이 창출된다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민선단체장으로서 이보다 큰 업적이 있겠는가. 특히 재래도시인 마산은 인근 창원에 비해 손봐야할 곳이 많은 편이다. 마침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만큼 선량 후보들은 광고물 정비를 핵심 공약으로 채택해 이에 승부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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