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땡초버거·눈물꼬칟폭탄꼬칡

‘눈물 꼬칟땡초 김밥을 아시나요?’

지난해 말부터 전국을 풍미한 ‘매운맛 열풍’이 봄까지 이어지고 있다. 거리 곳곳에 매운맛을 강조하는 각종 음식점이 등장하는가 하면 매운맛과 상관없던 음식점도 너나 할 것 없이 매운맛을 덧입혀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매운 맛은 웰빙과 함께 최근 성공창업의 최고 화두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젊은이들이 많이 오가는 경남대 앞만 해도 성업중인 음식점은 대부분 ‘불닭’‘홍초’‘불촌’ 등의 단어가 들어간 매운맛 집. 개수도 10 곳이 넘는다. 대부분 닭을 이용한 요리지만 떡볶이와 삼겹살·꼬칟주꾸미·족발 등으로 재료를 다양화하고,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노점상까지 파는 곳도 가지가지다.

마산 합성동에서 ‘땡초버거’를 파는 송모(49) 씨는 “땡초를 갈아넣은 소스를 얹어서 매운데, 맵다맵다 하면서도 먹는 걸 보면 우리 입맛에 맞는 것 같다”며 “꼭 사먹지 않더라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역시 합성동의 ‘서희원 꼬지닷컴’은 매운 꼬치에 그치지 않고 눈물을 쏙 뺄 정도로 맵다는 ‘눈물 꼬캄, 눈물 꼬치보다 더 매워 폭탄을 맞은 것 같다는 ‘폭탄 꼬캄 등으로 하굣길 청소년들을 손짓하고 있다.

주인 정모(40) 씨는 “땡초 먹었을 때처럼 입안에서 불이 나고 혀 바닥이 얼얼한 그런 맛을 강조하고 싶었다”며 “불경기라 스트레스를 푸는 차원에서 매운 맛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매운 맛 열풍이 경기 불황과 관련이 있다는 말에는 반론이 많다.

경남대 고재홍(심리사회학부) 교수는 “불황과 관련해서는 옷 색깔이나 치마 길이 등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매운 맛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산대 이광일(식품과학부) 교수도 “매운 맛 열풍을 주도하는 대부분의 음식이 비교적 값이 저렴하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굳이 불황과 관련짓자면 싼 가격에 무언가 먹었다고 생각할 만한 자극적인 음식을 찾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매운맛이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보고에 관해서도 “마늘이나 고추 등 매운 맛이 드는 음식을 소량으로 꾸준히 먹으면 좋다는 결과지, 지나치게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권장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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