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장애인의 날’ 을 거부한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81년 장애인의 날이 생긴지 25년째가 되지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남공동투쟁단’ 윤종술(41) 공동대표는 장애인의 날이 아니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2003년 장애인단체와 시민사회단체가 뭉쳐 결성된 이 단체는 이날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1년 365일 차별 받는데 하루 모아놓고 장애인들에게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날은 필요 없다.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 단 하루만이라도 장애인 차별이 없는 날로 만들자는 뜻이다.”

윤 대표는 “군사정권시절 장애인을 체육관에 모아놓고 떡도 주고 밥도 주고 정권의 홍보장으로 이용해오던 것이 벌써 25년인데 아직 장애인에 대한 사고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경남장애인학부모회, 경남신체장애인복지회, 전교조 경남지부, 경남여성단체연합, 민주노동당 도당 등 23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경남공동투쟁단은 20일 도에 장애인복지 예산 3% 확보 등의 10대 요구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 대표가 장애인운동을 시작한 건 지난 97년 김해시장애인학부모회 결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부터. 그도 11살 된 자폐아를 둔 부모.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부모운동이라는 말이 생소하던 시절이다.

그는 “관변화 된 장애인단체의 한계를 느끼면서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애인운동의 시작 동기를 전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이제는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 없는 신념이 되었다. 장애인교육권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9일 동안 단식농성을 벌여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장애학생교육권 확대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또 그 해 10월에는 경남도교육청에서 9일 동안 특수교육예산 3% 확보를 요구하며 삭발농성을 벌여 420억 원으로 예산을 늘리는 성과를 얻기도 했다. 물론 그 성과는 윤 대표 혼자의 힘이 아니라 장애인부모와 장애인단체 연대의 힘이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장애인의 교육문제. 형식적인 통합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눠 교육받은 이들이 성인이 돼서 어떻게 통합되겠는가.” 특히 장애아를 둔 부모에게 모든 것이 전가되는 사회적 시스템과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장애아는 엄청난 사교육비를 들여야 한다. 취학 전 한 달에 100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었다는 윤 대표는 “지난해 국립특수교육원은 장애아동 사교육비가 한 달에 평균 55만원이라고 발표했는데 엄마는 아이에게 매달리고 아버지는 경제적인 책임을 지다보니 가정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회적 책임보다는 장애인 부모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하니 지쳐가게 된단다.

일년 내내 차별, ‘생색내기’ 하루…사고 변화 없어

사교육이라 해봐야 영어배우고 좋은 대학 보내기 위한 욕심이 아니라 말하고 걷기 위한 언어, 인지교육 등의 기본적인 치료교육이다. 이 같은 문제는 취학 후에도 마찬가지. 열 댓 명씩 책임져야 하니 교사 1인에게 개별화교육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다. 직업교육이 제대로 안 되니 고등교육을 마쳐도 다시 부모 품에 안길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니 장애인을 둔 부모는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단다. “나보다 자식이 하루 먼저 죽었으면 좋겠다. 그 말은 곧 내가 눈감고 죽을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것이다.”

지난 18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과 장애인교육권연대가 발표한 ‘취학유예 장애아동 실태조사’를 보면 취학유예 사유의 18.5%가 장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벌인 결과만 봐도 그러니 전체 장애아의 사정이 더 하다는 것은 뻔한 일. 그는 “취학유예원인은 장애인부모들이 공교육을 믿지 못 하니 한해 두해 미루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중증장애아의 경우 유예가 아니라 교육기회의 배제, 박탈로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그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단다. 지난해 성과만 꼽아도 수도 없다. 경남도 장애인 복지 예산이 전체 대비 1%에서 1.59%로 증액, 사회복지과가 사회장애인복지과로 바뀌면서 부서 내에서도 장애인 정책, 재활담당 두 개로 늘었다. 장애인정책위가 출범해 논의도 활발하고 사회복지로드맵팀도 신설됐다. 여성장애인은 출산비, 운전면허증 취득 지원도 받게 됐다. 올해부터 운행될 저상버스. 22억을 확보해 시행을 앞둔 외출활동보조자, 외출지원가정도우미, 방과후 교사도우미, 가사도우미 등을 지원하는 ‘도우미뱅크센터’. 이 모든 것이 경남공동투쟁단의 성과다. 그 중에서도 그는 “장애인 담당공무원의 정책개발 등의 적극적인 사고의 변화”라고 꼽았다.

“장애인·비장애인 함께 하는 형식적 통합교육 절실”

장애인 운동의 장기적인 계획을 물었다. 이제 한 두 가지씩 요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문제에서 79년 만들어진 특수교육진흥법을 장애인교육지원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복지부분에서는 예산에서 장애인복지에 6% 확보. 노동부분에서 중증장애인이 한 주에 한시간이라도 일을 할 수 있는 자기 일을 가질 수 있는 직업교육을 꼽았다.

최근 장애아를 다룬 영화나 TV드라마를 통해 사회적 인식변화도 크다. 이에 대해 그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당부를 했다. “장애인부모의 문제로만 보지말고 국가문제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그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면 세상의 차별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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