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함에 웃고 매운맛에 울고
닭볶음탕을 시키니 커다란 그릇에 시뻘건 것(?)들이 산같이 쌓여 나온다. 주인 아주머니의 손이 커서 작은 것을 시켜도 넷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색깔부터 ‘나 매워’라고 써 있는 것 같다.
걸쭉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맵싸한 맛이 입안을 확 채운다. 부드러운 닭고기, 달콤한 고구마, 쫄깃한 쌀떡, 땡초, 딱 알맞게 익은 감자, 오동통한 버섯. 이 모두를 양념 듬뿍 묻혀 먹다보면 어느덧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눈물 콧물 쏙 빠지게 매운 맛에 점점 탐닉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해갈 때 물을 먹어보자. 이집의 물은 구수한 보리차. 냉동실에 얼려놨던 것을 바로 내준다. 이 보리차 한잔이면 입안의 매운맛이 거짓말처럼 싹 씻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그 많던 닭볶음탕이 거의 바닥난다. 그러면 그야말로 진국인 국물이 남는다. 보통의 닭볶음탕이 국물이 많은 것과 달리 함양의 닭볶음탕은 닭찜에 가깝다. 아니나 다를까 숟가락에 짝짝 올라붙을 때까지 졸이는 데 주안점을 둔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진한 양념국물은 정말 남기기 아깝다. 그럴 땐 공기밥을 남은 양념국물에 쓱싹 비벼 먹는다. 진짜 별미다.
함양통닭집의 밥은 검은 쌀과 조가 섞인 잡곡밥. 보통의 밥집보다 밥맛이 좋다. 같이 나오는 큼직하게 썬 무김치도 간이 딱 배어 맛이 그만이다. 닭볶음탕뿐 아니라 오뎅탕과 계란말이도 특색 있는 메뉴다. 직접 개발한 오뎅탕은 웬만한 부대찌개보다 더 맛있다. 오뎅, 맛살, 햄, 새우, 물만두, 곤약, 떡, 계란, 버섯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술안주가 된다. 계란말이도 특대사이즈다. 여러 재료를 넣고 두껍고 크게 말았다. 함양통닭의 좋은 점은 밤새도록 문을 연다는 것이다. 마산 전역에 배달도 된다. 전 메뉴 포장도 가능하다.
△ 찾아가기 : 마산 오동동 자유시장. 하나병원 맞은편 안경이야기 골목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맥천 나이트 건물이 있고 바로 옆 공터 같은 곳에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올라서면 새시문에 ‘함양통닭’이라 적힌 작은 가게가 있다. 오동동 88목욕탕 맞은편으로 찾아가도 된다.
△ 전화 : (055)242-6095, 011-575-1933
△ 주요메뉴 : 닭볶음탕·두루치기·낙지볶음·닭곱창(각 1만5000~2만5000원), 백숙(2만원·2만5000원), 오뎅탕·닭똥집(각 1만원), 계란말이(5000·7000원)
△ 영업시간 : 연중무휴 오후 5시~다음날 오전 8시
△ 주차 : 복개천 주차장 주차시 주차비 지급
△ 카드 : 불가능
박영희 기자
hee@domi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