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함에 웃고 매운맛에 울고

지나가다가 우연히는 절대 들를 수 없는 집. 마산 오동동 자유시장에 자리잡고 있는 함양통닭은 일부러 발걸음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렇게 찾아간 함양통닭의 허름한 겉모습에서 쇠퇴해가는 오랜 시장통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자유시장이 생겨날 때부터 흥망성쇠를 같이하며 33년간 이 자리를 지켰다는 최복임(56)씨. 주변은 거의 상권이 죽었지만 이집만은 명맥을 잇고 있다. 대표 메뉴인 닭볶음탕(닭도리탕)이 단골들의 발걸음을 끊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닭볶음탕을 시키니 커다란 그릇에 시뻘건 것(?)들이 산같이 쌓여 나온다. 주인 아주머니의 손이 커서 작은 것을 시켜도 넷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색깔부터 ‘나 매워’라고 써 있는 것 같다.

걸쭉한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맵싸한 맛이 입안을 확 채운다. 부드러운 닭고기, 달콤한 고구마, 쫄깃한 쌀떡, 땡초, 딱 알맞게 익은 감자, 오동통한 버섯. 이 모두를 양념 듬뿍 묻혀 먹다보면 어느덧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눈물 콧물 쏙 빠지게 매운 맛에 점점 탐닉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해갈 때 물을 먹어보자. 이집의 물은 구수한 보리차. 냉동실에 얼려놨던 것을 바로 내준다. 이 보리차 한잔이면 입안의 매운맛이 거짓말처럼 싹 씻긴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그 많던 닭볶음탕이 거의 바닥난다. 그러면 그야말로 진국인 국물이 남는다. 보통의 닭볶음탕이 국물이 많은 것과 달리 함양의 닭볶음탕은 닭찜에 가깝다. 아니나 다를까 숟가락에 짝짝 올라붙을 때까지 졸이는 데 주안점을 둔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진한 양념국물은 정말 남기기 아깝다. 그럴 땐 공기밥을 남은 양념국물에 쓱싹 비벼 먹는다. 진짜 별미다.

함양통닭집의 밥은 검은 쌀과 조가 섞인 잡곡밥. 보통의 밥집보다 밥맛이 좋다. 같이 나오는 큼직하게 썬 무김치도 간이 딱 배어 맛이 그만이다. 닭볶음탕뿐 아니라 오뎅탕과 계란말이도 특색 있는 메뉴다. 직접 개발한 오뎅탕은 웬만한 부대찌개보다 더 맛있다. 오뎅, 맛살, 햄, 새우, 물만두, 곤약, 떡, 계란, 버섯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술안주가 된다. 계란말이도 특대사이즈다. 여러 재료를 넣고 두껍고 크게 말았다. 함양통닭의 좋은 점은 밤새도록 문을 연다는 것이다. 마산 전역에 배달도 된다. 전 메뉴 포장도 가능하다.

△ 찾아가기 : 마산 오동동 자유시장. 하나병원 맞은편 안경이야기 골목으로 쭉 올라가다보면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맥천 나이트 건물이 있고 바로 옆 공터 같은 곳에 계단이 보인다. 그 계단을 올라서면 새시문에 ‘함양통닭’이라 적힌 작은 가게가 있다. 오동동 88목욕탕 맞은편으로 찾아가도 된다.

△ 전화 : (055)242-6095, 011-575-1933

△ 주요메뉴 : 닭볶음탕·두루치기·낙지볶음·닭곱창(각 1만5000~2만5000원), 백숙(2만원·2만5000원), 오뎅탕·닭똥집(각 1만원), 계란말이(5000·7000원)

△ 영업시간 : 연중무휴 오후 5시~다음날 오전 8시

△ 주차 : 복개천 주차장 주차시 주차비 지급

△ 카드 :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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