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농업 위기·도시민 무관심 파헤쳐

전농이 정부의 농업개방에 대한 이면합의를 규탄하며 18일부터 ‘농민총파업’투쟁에 나섰다. <농업소녀>는 연희단 거리패의 이론적 산실인 우리극연구소(소장 이병훈)의 21세기 연극동시대 연극전 1탄으로 마련돼, 최근 한국 농업의 위기를 근원적으로 판단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 연극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연출가 겸 극작가인 노다 히데키가 2000년 일본에서 초연했다. 당시 일본 사회적 전체적으로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소중하지만 잊히는 ‘농업’의 소중함과 도시 대중들의 새로움에 대한 갈망이 가진 위험성을 지적한 원작을 도쿄라는 배경에서 서울로 옮겨놓았다. 원작을 특별한 수정 없이 직역한 작품이지만 높은 경제력에 비해 취약한 일본 농업과 우리 농업의 유사한 상황 때문인지 한국 관객에게도 꽤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작품은 농업소녀 백미가 서울로 가출하며 겪는 얘기가 주를 이룬다. 백미는 서울에서 대학교수와의 원조교제, 도시의 범죄를 뜻하는 도범과 도범의 비서를 통해 자신의 순수를 돈과 권력을 쥐는 과정으로 소비한다. 결국 ‘똥냄새를 없애는 쌀농사’를 통해 도시와 소통하겠다는 마지막 희망조차 버린다. 도시농업 모임이 웰빙 도시당이 되고, 음란한 망상이 아름다운 꿈으로 바뀌는 대도시 서울의 모순이 도범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강토(조영진 분)의 마지막 대사 ‘이것은 … 시골이 도시를 짝사랑한 얘기다. 서울에는 이젠 시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를 통해 농촌이 현재 처한 상황과 도시민들의 무관심을 파헤치고 있다.

<농업소녀>는 양식적으로도 26개 장면을 4명의 배우가 테이프와 의자 2개로 표시된 철길 세트 하나만으로 극을 끌어가는 ‘가난한 연극’을 내세우고 있다. 배우들은 호흡과 움직임, 소리라는 연극적 요소만으로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1인 18역 이상을 해낸다. 정동숙의 코믹한 연기 뿐만 아니라 조영진·김경익 등 한번 이상 주요 국내 연극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연희단 거리패의 대표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력도 볼 만하다.

11년 만에 소극장 연극을 선보이는 이병훈 연출가는 “<농업소녀>는 도회적 문화가 보여주는 야만성에 대한 엄중한 연극적 경고이자 천박한 자본주의 풍토를 향한 우리극연구소가 펼치는 게릴라전의 시작”이라고 작품의 의미를 부여했다.

오는 29일까지 서울 게릴라 극장 공연을 마치고,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다음달 19일부터 6월 16일까지 공연된다. 올 7월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도 이 작품을 볼 수 있다. (02)763-1268, (055)355-2308.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