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찰들의 환경파괴, 불법 횡령 행위가 계속해서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불국사의 불법 골프장과 해외원정 도박문제, 문화재 보수비를 횡령한 화엄사, 조계사 불사금 200억 횡령, 범어사의 문화재 보수비 횡령 등으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어 날마다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사찰들

종교인들의 본연의 자세와 임무를 망각한 도덕성의 망가짐은 사찰의 문제를 넘어서 전 종교에 얽힌 문제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부러진 나뭇가지 한두 개를 가지고 산 전체를 평가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듯, 일부 도둑을 보고 종교인 전체 특히 불교나 조계종단을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 그대로를 직시하여 다른 사안에 참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습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름다운 항구가 있는 통영시에는 지역 사람들이 ‘큰산’이라고 칭하는, 덩치가 작은 야트막한 미륵산이 있습니다. 미륵불이 오실 곳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은 산으로,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산입니다. 통영시는 수년 전 이산에다 케이블카를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였으나, 산림훼손과 환경오염, 적자운영으로 인한 국고낭비를 주장한 시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수년간을 표류하였습니다.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부지는 이산의 큰절인 용화사의 부지로, 용화사는 불교계의 계통상 쌍계사의 말사이며, 결국 조계종단의 소유입니다. 그동안 조계종에서는 통영시가 수차례 요청한 ‘부지 이용 협의’를 역시 수차례 협의하지 않고 ‘반려’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초, 땅 주인과 협의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는 강행되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조계종을 방문하여 확인해 본 결과, ‘공사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알고는 있으나 불협의 한다는 조계종의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정작 관리자 격인 용화사나 쌍계사의 의견이 없어서’ 못 본 척 하고 있다는 괴이한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동안 통영시 관내에서는 미륵산 케이블카 부지사용 승낙의 조건으로 미륵산 정상에 초대형의 부처 석상을 세워주기로 암묵적인 협의를 했다, 용화사의 문화재 수리비용을 수억 원 지원하기로 했다는 등등 갖가지 의혹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러한 의구심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부지소유주와 공식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는 강행되고 있습니다. 정작 펄쩍 뛰어야할 땅 주인, 조계종단에서도 ‘모르쇠’로 눈 감고 있으며, 특히 미륵산에 안겨있는 용화사에서도 ‘못 본 척’하는 가운데 공사는 진행 중인 것입니다. 산과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은 부디 이런 아름답지 못한 의혹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사람들은 최근 검찰의 조사결과에 밝혀진 조계종단의 비리 사실이 발표될 때마다 충격과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으며 세상이 다 썩었다고 절망합니다. 새만금 갯벌 보전을 위한 눈물겨운 삼보일배를 하신 이후, 결국 다리 하나를 못 쓰게 되신 수경스님께서 불교계의 비리에 대해 깊은 사죄의 뜻을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부처의 지고지순한 가르침,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푸는 일, 생명을 죽이지 않는 일, 그래서 살생을 금하고 육류를 먹지 않는 일들이 여전히 품위 있게 유지되고 있다고 믿고자 합니다.

산에 기댄 사찰 ‘산감’ 되어야

사찰들은 지난 수백 수천 년 동안 산에 기대어, 산의 맑은 공기와 산의 정기를 받으며, 산을 정원으로 삼아 아름답고 고귀하게 존재할 수 있었습니다. 사찰의 가치가 산의 가치와 동등하게 평가되며 유·무형의 크고 작은 도움을 오래도록 받아왔고, 지금도 풍성한 자연의 은혜 속에서 공생하고 있습니다. 산에 기댄 사찰들은 우선 그 산의 산감이 되어 산에 깃든 수많은 생명들을 보호하는 것이 산에 대한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행위요, 마땅한 도리라고 하겠습니다. 목전의 이윤을 두고 다투는 일이나 사리사욕에 눈멀어 도둑질을 하는 것은 저잣거리 사람들 중에서도 못나고 모진 사람들의 짓입니다. 미루어 알기로 사찰로 떠난 먹물 옷의 내부에는 그러한 천박한 자본의 논리를 홀연히 벗어던지고 자유로이 더 높은 것의 깨달음을 추구하고자 산으로 간 사람들입니다. 산과 사찰이 다같이 건강해야 그 속에서 솟는 물도 맑을 것입니다. 우리 가까이에서 위험에 직면해 있는 미륵산도 아름답지 못한 욕심과 거래로 얼룩져, 상처투성이로 남아 썩은 하수를 세상에 내려 보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

/윤미숙(통영·거제 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