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학교운영위원회 소집 전 운영위원장이 학부모위원들을 소집하여 한 사람당 50만원씩 내라고 함. 이 돈은 친목비와 관례적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화환증정, 교장선생님 생일날 선물, 교무실 화분 등으로 사용함. 학부모회는 한 반 10~20명 회원들에게 각 5만원씩을 거둬 반대표가 교사 스승의 날 선물, 회식비, 행사시 도시락 제공.’(서울 강서구 OO초등학교-공립) ‘학급별 80만원을 조성하고 에어컨 1대 값도 각 학급에서 책임지고 내라고 한다. 학부모들의 항의로 환불한 이후 곧 이어 학교발전기금 5억을 조성하기 시작함. 학교 예산으로 집행하기도 어려운 거액을 학부모에게 부담시켜 고통스러워하는 실정임. 사용용도 : 도서관확충 및 리모델링 7000만원, 다목적교실 설치 등 3억원, 북향 교실 재배치공사 3000만원, 도서구입 500만원, 교실천장형에어컨 설치 8700만원, 저소득층 자녀 중식지원 300만원, 장학금 500만원.’(경기 고양시 OO중학교-공립)

지난 3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불법찬조금 근절촉구’ 기자회견에서 밝힌 불법찬조금 사례 중 일부다. 서울과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린이날, 스승의 날, 체육대회, 소풍, 수학여행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말썽이 불법찬조금 문제다. 교직사회가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촌지거부운동을 벌이며 교직원노동조합을 건설하겠다던 양심적인 교사는 어디로 갔을까?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폭로한 내용대로라면 우리나라 교육가족들은 국민들 앞에 거국적인 참회운동이라도 해야하지 않을까?

학교 행사때마다 잇따른 잡음

교직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깨끗하고 신뢰받는 교육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자질향상이나 투명한 예산집행이 선결과제다.

오늘날 학교가 교육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학교가 불법찬조금문제를 비롯한 투명하지 못한 학교운영과 무관하지 않다. 새학기가 되기 바쁘게 일부학교의 학부모회에는 임원 등을 통하여 찬조금을 거두고 이를 행사간식, 선물구입, 학부모·교직원 회식을 위한 찬조금품을 받는 사례가 그치지 않고 있다.

교직사회가 학부모들로부터 불신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촌지수수와 부교재 채택을 비롯한 급식업체선정과 관련된 비리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주체적으로 풀어야할 학교나 교사들의 정서는 어떤가? 문제가 불거지면 학교에서는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 학부모회 임원들이 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한다.

한국교총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원 열 명 중 세 명이 학부모 등으로부터 학급운영과 성적관리 등에 대해 대가성 부탁을 받아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34% 이상의 교사가 ‘청탁을 들어줬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학부모들의 생각도 바뀌어야

그렇다면 모든 학교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학교요, 모든 교사가 부적격교사인갇 대부분의 학교, 대부분의 교사는 과중한 업무와 수업부담 그리고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하는 열악한 여건에서도 열정을 쏟아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학교, 소수의 학교 경영자들은 투명하고 특색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설립한 학교운영위원회조차 비판을 용인하지 않고 투명한 예산집행을 꺼리고 있다.

학부모임원들의 불법찬조금모금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위탁급식업체로부터 검은 거래를 끊지 못하는가 하면 입찰을 통한 앨범제작을 반대해 말썽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불신 받는 학교에서는 교육다운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교직사회가 투명하고 신뢰받는 풍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자녀사랑부터 바꿔야 한다.

자기 자녀를 위해서라면 촌지는 물론 국가예산으로 구입할 학교비품까지 찬조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철학도 신념도 없이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석해 학교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다는 학부모가 있는 한 병든 교직사회를 바꿀 길이 없다.

모처럼 경남도교육청과 교원단체가 벌이는 불법찬조금품근절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발된 찬조금을 반환하거나 비리를 저지른 교사에 대한 하급지 전보’로 그쳐서는 안 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제출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의 ‘학교발전기금 폐지’ 조항을 국회가 나서서 폐기하고, 일류대학 몇 명 더 입학시키는 것이 일류학교가 되는 성적지상주의를 두고서는 ‘불법찬조금품근절운동’은 성공할 수 없다.

/김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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