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국 최대규모의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조가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이하 GM대우) 창원공장에서 설립되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 노조를 만든 사례가 몇 되지 않는 실정에서 GM대우 창원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건설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고용형태에 따라 처우와 노동조건이 다른 현재의 노동현장을 두고서 노동자 책임론이 그 동안 광범위하게 유포되어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수출의 일등공신이며 산업전사라는 칭호까지 부여하며 추켜세웠던 대기업 노동자들을 노동귀족이라고 폄훼하는데 일조하였을 뿐이다.

노조를 만들어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으려는 대기업 노동자들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라는 평가절하를 넘어서서 조소와 냉소의 대상으로 삼았던 이런 주장은 노동현장의 상태에 대한 무지의 산물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대기업 아래의 사내하청 기업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 경우 대기업은 원·하청 계약관계를 파기하는 방식을 택해 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대기업이 하청기업의 생사여탈권마저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까지 통제해온 관행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간과하면서 대기업 노동자들이 중소 하청기업 노동자들을 착취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섣부른 단정은 매우 이데올로기적인 성격마저 가지고 있다.

중소 하청기업 노동자들의 처지가 열악한 이유도 이른바 노-노 갈등 때문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기업 노동자들의 이성적 자제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본말이 전도된 주장마저 나오게 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중소 하청기업 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이라는 시민적 기본권마저 행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 만들어진 비정규직 노조의 향후 활동여부는 미래의 노사관계를 가늠해줄 잣대로 될 수 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연대하여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와 노동조건 역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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