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한중사회과학연구회 엮음

중국이 시끄럽다.

지난 9~10일 중국인들은 1937년 난징(南京)대학살을 ‘사건'으로 칭하고 1930년 일본의 중국침략을 ‘전쟁'이라고 강변하는 일본의 모습을 “더이상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로 대응하고 나섰다.

13억 중국 대륙에서 수만명이 몰려다니는 대규모 반일시위는 세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이 시위로 인해 세계의 여론이 일본에 부정적으로 흘러갔다는 점은 국제 외교가에 중국이 어떤 존재로 자리잡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이 “(중국이) 시장경제를 목표로 하는 국가인 만큼 (시위에) 엄정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지적한 뒤 “(중국은) 무서운 나라네요”라고 말했을 정도이다.

중국을 이야기할 때 ‘중국 위협'과 ‘중국 기회'라는 단어를 자주 거론한다. 경제적 관념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 무엇인가 얻을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능성에서 나온 말일게다.

변화하는 중국 현장서 보내온 생생한 증언록

   
실제 중국 시장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치러본 사람이라면 중국의 실체를 조금은 간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는 것이 중국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일 정도로 중국은 알다가도 모를 국가다.

중국의 공산혁명가들은 사회주의만이 무너진 중국을 구제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중국이 사회주의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마오쩌둥 시대에 잔존했던 모순들을 극복하고 미래의 중국을 설계했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은 그동안 중국이 이루지 못한 부국강병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거대한 국가전략 프로젝트였다. 사체자용(社體資用)이라는 실용주의적 노선은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중국을 만들어냈다.

최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대외팽창의식 역시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에 기인한다.

책 서문에서 “중국은 세계 패권은 아니더라도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중국은 제로섬이 아닌 윈윈(win-win)의 시혜적 패권을 행사하는, 도덕성을 갖춘 빅브러더(Big Brother)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은 자신의 국익을 위해서 국가단결을 저해하는 분리독립 움직임이라든지, 세계경제에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이 적어진다든지, 타이완과의 재통합을 위한 길에 방해가 되는 어떠한 것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그러나 중국은 현대화되면서 여러가지 충돌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내부의 현대성 요소가 결핍된 상황에서 단기간 내에 발전국가들이 수백 년에 걸쳐 이룩한 현대화 과정을 달성해야 하는 과업, 전 단계의 과업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단계의 수요에 부합해야 하는 부담, 자국민의 현대화 요구에 부합해야 하는 동시에 세계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상황 등 후발국가가 직면해야 하는 다양한 모순들에 봉착하고 있다.

현대화 과정서 경제·정칟문화충돌 빚어

   
첫째는 경제상의 충돌현상으로 빈곤문제의 해결과 국력 증강 사이의 모순이다. 둘째는 정치상의 충돌현상으로 정부 역량의 강화, 정치질서 안정과 민주화의 모순으로 표출된다. 셋째는 문화상에서의 충돌현상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중국의 현대화 성공 여부와 달성 시기가 결정된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길만이 중국을 이해하고 이기는 길이다.

한국, 체험·지식 축적만이 중국 이기는 길

한국과 중국의 소장학자들이 중국 현지 체험을 통해 분석한 이 책은 중국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생생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중국의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와 문화면에서 독자들에게 중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보다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현대 중국>의 필자와 번역자들은 모두 중국 현지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한국과 중국 학자들로서, 현대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문제들을 연구하고 있다.

책표지와 달리 다소 딱딱한 논문 형식으로 구성돼 있으나 찬찬히 읽어내려가면 현대 중국의 변화상을 통계적으로,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으로 접할 수 있다. 도서출판 이채. 408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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