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감동'을 지면에 담아라!

<경남도민일보>는 한국의 어느 언론사에도 없는 독특한 방식의 ‘지면평가위원회’를 가동하고 있다. 이는 일부 서울지역 언론사에서 비슷한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니터 기구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대개 명망가 위주로 구성되는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와도 구별된다.

지난 7일 오후 7시 본사 양덕동 사옥 5층 회의실에서 열린 평가 좌담회

경남도민일보 지면평가위원회는 정관상 이사회 등 경영조직으로부터도 철저히 독립된 기구로 위상을 보장받고 있다. 위원회는 매월 1회씩 평가회의를 갖고 한달간의 논조와 보도방향.기사배치.편집 등 전 분야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보고서에는 편집상의 심대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권고까지 담고 있다. 이 보고서의 내용은 지면에 그대로 게재돼 독자에게 공개되며, 대표이사.발행인은 다음달까지 이 개선권고에 대한 조치결과를 의무적으로 통보하도록 돼 있다.

지면평가위원회는 지난 1년간 이같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위원회는 특히 지면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에만 그치지 않고 자체 기금을 조성, 매월 ‘이달의 좋은 기사’를 선정.시상해오는 등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남도민일보>를 가장 꼼꼼히 읽는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이들 지면평가위원이 앞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창간 2년을 맞은 <경남도민일보>를 이들 위원은 과연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7일 오후 7시 본사 양덕동 사옥 5층 회의실에서 열린 평가 좌담회 내용을 공개한다.

△고승하(민족예술인총연합 마창지부장) 위원장 : 지난 2년간 도민일보에 대해 각각 평가 를 좀 해주시죠. 칭찬도 좋고, 충고도 좋습니다.

△강창덕(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표) 위원 = 우선 도민일보는 취재대상과 가치 기준을 다른 언론사와 달리 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명망가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실무자를 취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지면에서 드러납니다. 이는 창간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위원 = 농경시대에는 토지가 중요했고, 산업사회에는 자본이 중요했습니다. 이제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가 재산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 분야의 보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방지는 지방지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중앙지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도민일보만의 기획이 필요합니다. ‘몰비춤’이라든지, ‘낙남정맥’시리즈 같은 건 좋은 사례입니다. 아쉬운 건 저도 낙남정맥 산행에 참여를 해봤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입니다.

△강창덕 = 긍정적인 것도 많지만, 시민단체나 지면평가에서 여러 번 지적된 향우회 시리즈가 계속 나가고 있다는 건 이해가 잘 안됩니다. 적어도 연재를 계속하려면 부정적 평가를 상쇄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덕선(독서지도사) 위원 = 저도 도민일보에서 몰비춤이 단연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초창기 몰비춤에서 다뤘던 민감한 현안이나 이슈 등이 점차 사라지고 색깔도 많이 흐려졌다는 지적을 해두고 싶군요.

△남기용(우리말살리기 운동 회원) 위원 = 저는 창간주주도 아니고, 처음엔 도민일보의 존재도 몰랐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작년 8월 보도된 보도연맹 사건 관련 기사를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래서 “아~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신문에서도 이런 사건이 실리는 걸 보니…”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신문에서는 이게 전혀 취급되지 않았더군요. 그때부터 도민일보를 알게됐고, 독자가 되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찾아서 보도하는 용기있는 신문이 도민일보라는 겁니다.

△강창덕 = ‘지역사 다시읽기’는 정말 도민일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기획이죠. 벌써 단행본으로 묶을만한 분량이 됐을 것으로 압니다만…. 스크랩을 했더라면 그것만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겁니다.

△고승하 = 홍중조 논설실장이 쓰는 ‘고금산책’도 정말 도민일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글이죠. 물론 논조에는 가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역의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을 많이 깨우쳐 줬습니다.

△남기용 = 그런데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그만큼 용기 있는 신문이라면, 읽는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쉽게 기사를 쓰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도 다른 신문과 차별화하여 앞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가지 방법을 제안한다면, 기술적으로 갑자기 쉬운 말로 바꾸는 것 보다는 한 코너를 두어서 그 코너만큼은 쉬운말 기사를 쓴다든지, 고정란을 만들어 쉬운 말 쓰기나 어려운 용어 쉽게 바꾸어 쓰기를 계속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박덕선 =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도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사성어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승하 = 그거 좀 야하다는 말은 없던가요.

△박덕선 = 에이, 요즘 그 정도 갖고 야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너무 딱딱하기만 하면 누가 읽기나 하나요.(웃음)

△하선영(살류쥬 홍보위원장) 위원 = 도민일보는 상업성을 소설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고승하 =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하고 나서 지역사회에 변화가 생긴게 있을까요.

△강창덕 = 우선 두가지가 있겠군요. 도민일보로 인해 경쟁지의 재정이 악화된 것도 부인할 순 없을 거고요, 가장 덕을 본 집단은 시민단체를 비롯한 개혁세력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도민일보 이전만 하더라도 방송부터 시작하여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렇게 언론의 각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도민일보 창간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시민단체가 아주 중요한 취재원으로 부각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의 목소리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거죠. 자연히 지역의 권력집단이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예전처럼 함부로 못한다는 거죠.

△강정철(봉암공단협의회 사무국장) 위원 =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신문사 쪽에서도 시민단체가 취재원이 되어주니까 좋은 것 아녜요.

△하선영 = 요즘엔 오히려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는 나오는 시민단체 행사가 도민일보에는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박덕선 = 마창지역에는 도민일보 파급효과가 크지만 다른 지역에까진 파급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박정주(성지여고 교사)위원 = 저는 아무래도 교사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전에 선생님들이 화제로 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ㄱ신문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민일보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그건 교육현장에서 “정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안들을 도민일보가 어김없이 실어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른 신문은 일선 교사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것들을 거의 안실어 줬거든요.

정말 고마운 것은 학교운영위원회 기사였습니다. 교육개혁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도민일보가 간파하고 이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해줬습니다. 당장 오늘도 사설에 나왔죠. 덕분에 학교현장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박덕선 = 저는 일선학교에 있는 교사가 아니다보니 도민일보의 교육기사도 취약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ㄱ신문을 보면 교육과 관련된 아기자기한 정보가 아주 많습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그런 정보들도 중요하거든요. 지나치게 학교교육 위주로만 보도하는 것도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박정주 = 그래도 교사 입장에서 현장교육 문제점의 핵심을 뽑아 지적해주는 건 도민일보가 독보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강창덕 = 현장에는 ㄱ신문이 강한데, 여론주도층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도민일보가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일선 현장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지적하는 데 있어서는 도민일보가 <한겨레>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박덕선 = 그렇지만 아직도 일선에선 도민일보를 무시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도민일보에 대한 인지도도 여전히 낮은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기관에서 “도민일보에는 보도자료도 줄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어요.

△강창덕 = 50년 이상 된 신문과 2년 된 신문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젠 새로운 차원의 홍보.마케팅 기법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고승하 = 도민일보가 다른 신문과 다른 점은 ‘동종업계도 비판한다’는 약속이었던 것 같은데, 언론분야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하선영 = 계도지 폐지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경남에서 계도지가 완전히 사라지게 한 성과를 거뒀잖아요. 이건 전국적으로도 계도지 폐지운동을 확산시킨 계기가 됐죠.

△강창덕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실수를 했던 건 창간시리즈로 나온 언론개혁리포트가 담당기자의 퇴사와 함께 어정쩡하게 끝나 버린 겁니다. 그걸 보면서 과연 도민일보가 언론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시리즈가 일반인들에게 큰 충격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어쨌든 아쉽습니다.

지금도 매주 한번씩 미디어면이 있는데, 기사를 선별하는 과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가십성이거나 일회성 기사를 단순히 전달하기 보다는 지면을 더 할애하고 전문 취재인력을 확보하여 심층적인 언론관련 기사가 나가야 합니다. 도민일보가 다른 신문과 특화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가 별거 있습니까. 바로 언론분야 아닙니까.

△박덕선 = 대개 언론사끼리 비판하는 것을 꺼리는데, 저도 도민일보가 처음엔 강하게 나가다가 요즘 들어 꼬리를 감추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어제 안티조선 거리홍보전도 도민일보에 보도가 안됐더군요. 그런 기사는 도민일보가 아니면 어느 매체에서 보도해줄 겁니까.

△남기용 = 언론 관련기사에 일반 독자의 관심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저는 신문에 언론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꼭 봅니다.

△박덕선 = 민감할수록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언론관련 기사가 열독률이 높은 건 그런 것 때문이죠.

△심재근 = 언론사가 잘못하는 것은 당연히 꼬집어야 합니다. 요즘 서울의 ㄷ일보를 보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신문고시에 대한 반발기사를 싣고 있더군요. 이런 걸 제대로 비평해줘야 합니다.

△강정철 = 언론이 다른 언론을 비판하려면 자기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면이 언론의 상호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민희(자영업) 위원 = 개인적으로 도민일보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버스요금 인상 문제를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다 실은 것은 그럴 수 있지만, 이럴 때 객관적인 자료를 신문사에서 찾아서 제공하고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이 단순보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거죠.

△조형래(창신대 교수) 위원 = 도민일보가 뭔가를 의욕적으로 하려 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홍보 부족인 것 같습니다. 지명도 부족이 문제라는 건데, 회사차원에서 특단의 마케팅 홍보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이후 마케팅 방법에 대한 각종 아이디어와 의견이 쏟아졌으나 지면관계상 생략)

△고승하 = 2년쯤 되다 보니까 어디에 약하다는 둥,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문의 선명성이 많이 떨어졌다. 특정 광고주를 봐준다는 겁니다. 그런 얘길 듣고서 보니 아닌게 아니라 지난 2년간 신문이 많이 세련은 됐지만 눈에 확 띄는 기사가 없이 밋밋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물론 취재인력 부족 등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과감성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히 해선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거 있잖습니까. ‘나는 한놈만 조진다’는 영화대사….(웃음)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확실하게 끝장을 보는 기사 하나가 밋밋한 기사 열개보다 훨씬 독자에게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준다는 걸 편집책임자들이 인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시사주간지의 편집방침이 ‘분노와 감동’이라고 합니다. 도민일보도 이를 다시 새겨야 합니다. ‘분노와 감동’이 없는 기사는 죽은 기사라는 생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면평가위원회도 자꾸 회사 사정을 이해하다 보니 따끔한 지적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올해부턴 더 확실한 평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평가좌담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매월 평가 회의에서 계속하도록 하죠. 모두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고승하(민족예술인총연합 마창지부장) 위원장 : 지난 2년간 도민일보에 대해 각각 평가 를 좀 해주시죠. 칭찬도 좋고, 충고도 좋습니다.

△고승하(민족예술인총연합 마창지부장) 위원장 : 지난 2년간 도민일보에 대해 각각 평가 를 좀 해주시죠. 칭찬도 좋고, 충고도 좋습니다.

△강창덕(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표) 위원 = 우선 도민일보는 취재대상과 가치 기준을 다른 언론사와 달리 잡고 있다는 점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명망가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있는 실무자를 취재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게 지면에서 드러납니다. 이는 창간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심재근(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위원 = 농경시대에는 토지가 중요했고, 산업사회에는 자본이 중요했습니다. 이제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가 재산이 되고 있습니다. 정보화 분야의 보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방지는 지방지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봅니다. 중앙지가 도저히 할 수 없는 도민일보만의 기획이 필요합니다. ‘몰비춤’이라든지, ‘낙남정맥’시리즈 같은 건 좋은 사례입니다. 아쉬운 건 저도 낙남정맥 산행에 참여를 해봤는데, 참여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입니다.

△강창덕 = 긍정적인 것도 많지만, 시민단체나 지면평가에서 여러 번 지적된 향우회 시리즈가 계속 나가고 있다는 건 이해가 잘 안됩니다. 적어도 연재를 계속하려면 부정적 평가를 상쇄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박덕선(독서지도사) 위원 = 저도 도민일보에서 몰비춤이 단연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초창기 몰비춤에서 다뤘던 민감한 현안이나 이슈 등이 점차 사라지고 색깔도 많이 흐려졌다는 지적을 해두고 싶군요.

△남기용(우리말살리기 운동 회원) 위원 = 저는 창간주주도 아니고, 처음엔 도민일보의 존재도 몰랐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우연히 작년 8월 보도된 보도연맹 사건 관련 기사를 보고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래서 “아~ 세상이 많이 달라졌구나. 신문에서도 이런 사건이 실리는 걸 보니…” 하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다른 신문에서는 이게 전혀 취급되지 않았더군요. 그때부터 도민일보를 알게됐고, 독자가 되었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억울한 사정을 찾아서 보도하는 용기있는 신문이 도민일보라는 겁니다.

△강창덕 = ‘지역사 다시읽기’는 정말 도민일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기획이죠. 벌써 단행본으로 묶을만한 분량이 됐을 것으로 압니다만…. 스크랩을 했더라면 그것만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겁니다.

△고승하 = 홍중조 논설실장이 쓰는 ‘고금산책’도 정말 도민일보가 아니면 볼 수 없는 글이죠. 물론 논조에는 가끔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역의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을 많이 깨우쳐 줬습니다.

△남기용 = 그런데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그만큼 용기 있는 신문이라면, 읽는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쉽게 기사를 쓰려는 노력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도 다른 신문과 차별화하여 앞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가지 방법을 제안한다면, 기술적으로 갑자기 쉬운 말로 바꾸는 것 보다는 한 코너를 두어서 그 코너만큼은 쉬운말 기사를 쓴다든지, 고정란을 만들어 쉬운 말 쓰기나 어려운 용어 쉽게 바꾸어 쓰기를 계속 추진하면 좋겠습니다.

△박덕선 = 김병총의 ‘소설 고사성어’도 학생들이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사성어를 깊이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고승하 = 그거 좀 야하다는 말은 없던가요.

△박덕선 = 에이, 요즘 그 정도 갖고 야하다고 할 수 있습니까. 그리고 너무 딱딱하기만 하면 누가 읽기나 하나요.(웃음)

△하선영(살류쥬 홍보위원장) 위원 = 도민일보는 상업성을 소설에서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고승하 = 경남도민일보가 창간하고 나서 지역사회에 변화가 생긴게 있을까요.

△강창덕 = 우선 두가지가 있겠군요. 도민일보로 인해 경쟁지의 재정이 악화된 것도 부인할 순 없을 거고요, 가장 덕을 본 집단은 시민단체를 비롯한 개혁세력이 아니었겠나 싶습니다. 도민일보 이전만 하더라도 방송부터 시작하여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그렇게 언론의 각광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도민일보 창간 이후 다른 언론에서도 시민단체가 아주 중요한 취재원으로 부각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민단체의 목소리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거죠. 자연히 지역의 권력집단이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예전처럼 함부로 못한다는 거죠.

△강정철(봉암공단협의회 사무국장) 위원 =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닙니까. 신문사 쪽에서도 시민단체가 취재원이 되어주니까 좋은 것 아녜요.

△하선영 = 요즘엔 오히려 다른 신문이나 방송에는 나오는 시민단체 행사가 도민일보에는 안나오는 경우도 있어요.

△박덕선 = 마창지역에는 도민일보 파급효과가 크지만 다른 지역에까진 파급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박정주(성지여고 교사)위원 = 저는 아무래도 교사이다 보니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예전에 선생님들이 화제로 삼는 이야기들이 대부분 ㄱ신문을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도민일보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그건 교육현장에서 “정말 이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현안들을 도민일보가 어김없이 실어줬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다른 신문은 일선 교사들이 문제라 생각하는 것들을 거의 안실어 줬거든요. 정말 고마운 것은 학교운영위원회 기사였습니다. 교육개혁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도민일보가 간파하고 이 문제를 끈질기게 제기해줬습니다. 당장 오늘도 사설에 나왔죠. 덕분에 학교현장이 많이 변한 것도 사실입니다.

△박덕선 = 저는 일선학교에 있는 교사가 아니다보니 도민일보의 교육기사도 취약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ㄱ신문을 보면 교육과 관련된 아기자기한 정보가 아주 많습니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그런 정보들도 중요하거든요. 지나치게 학교교육 위주로만 보도하는 것도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박정주 = 그래도 교사 입장에서 현장교육 문제점의 핵심을 뽑아 지적해주는 건 도민일보가 독보적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강창덕 = 현장에는 ㄱ신문이 강한데, 여론주도층에게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도민일보가 훨씬 강한 것 같습니다. 일선 현장교육의 문제점을 정확하고 집요하게 지적하는 데 있어서는 도민일보가 <한겨레>보다 강한 것 같습니다.

△박덕선 = 그렇지만 아직도 일선에선 도민일보를 무시하는 경우를 저도 많이 봤습니다. 그리고 도민일보에 대한 인지도도 여전히 낮은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아는 어떤 기관에서 “도민일보에는 보도자료도 줄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하는 것도 들었어요.

△강창덕 = 50년 이상 된 신문과 2년 된 신문이 다를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이젠 새로운 차원의 홍보.마케팅 기법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고승하 = 도민일보가 다른 신문과 다른 점은 ‘동종업계도 비판한다’는 약속이었던 것 같은데, 언론분야 보도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하선영 = 계도지 폐지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경남에서 계도지가 완전히 사라지게 한 성과를 거뒀잖아요. 이건 전국적으로도 계도지 폐지운동을 확산시킨 계기가 됐죠.

△강창덕 =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실수를 했던 건 창간시리즈로 나온 언론개혁리포트가 담당기자의 퇴사와 함께 어정쩡하게 끝나 버린 겁니다. 그걸 보면서 과연 도민일보가 언론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시리즈가 일반인들에게 큰 충격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어쨌든 아쉽습니다. 지금도 매주 한번씩 미디어면이 있는데, 기사를 선별하는 과정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가십성이거나 일회성 기사를 단순히 전달하기 보다는 지면을 더 할애하고 전문 취재인력을 확보하여 심층적인 언론관련 기사가 나가야 합니다. 도민일보가 다른 신문과 특화하고 차별화할 수 있는 분야가 별거 있습니까. 바로 언론분야 아닙니까.

△박덕선 = 대개 언론사끼리 비판하는 것을 꺼리는데, 저도 도민일보가 처음엔 강하게 나가다가 요즘 들어 꼬리를 감추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어제 안티조선 거리홍보전도 도민일보에 보도가 안됐더군요. 그런 기사는 도민일보가 아니면 어느 매체에서 보도해줄 겁니까.

△남기용 = 언론 관련기사에 일반 독자의 관심이 높은 건 사실입니다. 저는 신문에 언론과 관련된 기사가 나오면 꼭 봅니다.

△박덕선 = 민감할수록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한 게 아닐까요. 언론관련 기사가 열독률이 높은 건 그런 것 때문이죠.

△심재근 = 언론사가 잘못하는 것은 당연히 꼬집어야 합니다. 요즘 서울의 ㄷ일보를 보니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신문고시에 대한 반발기사를 싣고 있더군요. 이런 걸 제대로 비평해줘야 합니다.

△강정철 = 언론이 다른 언론을 비판하려면 자기부터 깨끗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미디어 면이 언론의 상호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민희(자영업) 위원 = 개인적으로 도민일보에서 안타까웠던 것은 버스요금 인상 문제를 보도한 기사였습니다. 양측의 입장을 다 실은 것은 그럴 수 있지만, 이럴 때 객관적인 자료를 신문사에서 찾아서 제공하고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문이 단순보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거죠.

△조형래(창신대 교수) 위원 = 도민일보가 뭔가를 의욕적으로 하려 할 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홍보 부족인 것 같습니다. 지명도 부족이 문제라는 건데, 회사차원에서 특단의 마케팅 홍보전략이 있어야 합니다. (이후 마케팅 방법에 대한 각종 아이디어와 의견이 쏟아졌으나 지면관계상 생략)

△고승하 = 2년쯤 되다 보니까 어디에 약하다는 둥,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신문의 선명성이 많이 떨어졌다. 특정 광고주를 봐준다는 겁니다. 그런 얘길 듣고서 보니 아닌게 아니라 지난 2년간 신문이 많이 세련은 됐지만 눈에 확 띄는 기사가 없이 밋밋해졌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물론 취재인력 부족 등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과감성이 다시 한번 필요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당히 해선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거 있잖습니까. ‘나는 한놈만 조진다’는 영화대사….(웃음)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확실하게 끝장을 보는 기사 하나가 밋밋한 기사 열개보다 훨씬 독자에게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준다는 걸 편집책임자들이 인식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시사주간지의 편집방침이 ‘분노와 감동’이라고 합니다. 도민일보도 이를 다시 새겨야 합니다. ‘분노와 감동’이 없는 기사는 죽은 기사라는 생각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면평가위원회도 자꾸 회사 사정을 이해하다 보니 따끔한 지적이 줄어든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올해부턴 더 확실한 평가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오늘 평가좌담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못다한 이야기는 매월 평가 회의에서 계속하도록 하죠. 모두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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