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13호)

이시우 조합원.

노동조합 간부, 참 부담된다. ‘사실 좀 힘들겠지’라는 생각에서, 좀더 나아가게 된 건 민주노총 신임 간부교육(영남권) 참가 때문이었다. 지난 3월 11일부터 13일까지 경주 포시즌 유스호스텔에서 있었던 교육에 참가한 후 밀려오는 두려움, 조합 간부로서 ‘과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제대로 고민 한 판 하게 되었다.

  ‘노동자의 삶과 철학’, ‘노동조합 조직활동과 간부의 자세’, ‘노동운동사’라는 3개의 강의와 함께 4개의 빡센 실습. 아침 7시 기상 이후, 오후 11시까지 지하 강의실과 3층 숙소 겸 토론방을 제외하곤 불국사의 ‘불’자도 구경하기 힘든 강행군이었다. 모처럼 ‘조금 쉬었다 와야겠다’는 마음은 정말 김칫국이었다.

 교육은 정말 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참여한 이들 중 상당수가 현재 투쟁을 하고 있는 투쟁 사업장 동지들이었다.

그리고 갓 노동조합을 꾸려 조직확대를 꾀하려는 이들, 50대의 환경미화를 하는 조합원, 40대말에 홀로 민주택시노조를 고성군에 뿌리내리겠다는 이, 교육일 하루 전 회사의 직장폐쇄라는 자본파업을 한 노조원들. 그야말로 거기서 만난 이들은 이 불온한 세상에서 참담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팔목을 치켜세워 세상과 맞짱 한 판 뜨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었다.

 하루 하루를 지나면서 ‘난 무엇을 할 것인갗라는 고민이 더욱 깊어 졌다. 하지만 그 고민 이전에 과연 노조 간부로서 조합의 생명수인 노조원들과 얼마나 거리를 좁히고 있는지 되돌아봤다. 정책과 교육이라는 다소 머리 굴리는 일을 한답시고 간부로서 조합원과 다소 거리를 두고 있지는 않았는지.

 향후 3개월 동안 계획을 발표하는 교육시간에 그 생각만은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올 상반기에는 이런 일은 꼭 해보겠다고.]

 ‘씨부리면서 못 박고, 못 박힌 눈이 무서워서라도 실천한다’는 수동적인 몸부림이라도 쳐보기 위해 당시 발표한 내용을 요약해본다. 첫째 민주노총 경남도 본부 등에서 기초적인  노조 교육커리큘럼을 받아 우리 지부에 맞게 정리해 인터넷과 노보를 통해 전달한다. 둘째 2주에 한 번이라도 현 대의원들을 만나 대의원들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현장 활동에 필요한 사안을 듣는다. 셋째 1개월에 적어도 한 권 이상 노동관련 서적 혹은 정세와 관련한 긴 문건은 머리 박고 읽는다.

그리고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배운 귀중한 교훈이 하나있다. 연대, 불어로 솔리다리떼. 없는 것끼리의 여전한 무기는 서로 어깨를 거는 것.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언론노조라는 특성상 우리 노조와 조합원들은 노동자 의식이 다소 희박한 것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형식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주인이라는 어느 노조 못지 않은 조합원들의 자발성이 있다.

또 이번 교육을 통해 더욱 확신한다. 이제 좀더 외부로 눈을 돌리는 여유만 좀더 있으면 된다. 그게 연대이지 않을까. 그리고 자판기 노조는 되지 말자는 것. 조합원은 그저 노조 간부들만 보고, 간부들은 어느 듯 조합원들과 거리가 있고. 지금의 민주노총의 위기도 어쩜 이 자판기 노조 때문은 아닐까. 그리곤 되묻는다. 나는 조합원들 속에서 정말 숨쉬고 있는지.

/이시우 교육정책부장

(노보 <도미니>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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