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민주노동당 창원 을 지역위원회 모 사무장이 교통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것도 모자라, 자신을 잡으러 온 경찰관을 마구 폭행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김모 사무장은 지난 12일 새벽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몰다 창원 내동공단관리청 앞 도로에서 불법유턴을 하다 좌회전신호를 받고 달려오던 차 뒤를 들이받았다. 차를 들이받은 것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래놓고 그대로 줄행랑을 쳐버렸다는 사실이다. 뿐 아니다. 그는 차적조회로 들이닥친 경찰을 발로 차고 밀치는 난동까지 부렸다고 한다. 뒤늦게라도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오만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권력화한 노동자 혹은 노동자집단에 대한 국민여론이 따가운 때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 이어 부산 항운노조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다. 도덕과 진보를 입에 달고 사는 집단도 결국 복마전이었군, 하는 탄식이 채 가시지않은 판국이다.

환골탈태하려는 노력을 아무리 기울여도 추락된 위상을 회복하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이런 마당에, 또 다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으니 안타깝다 못해 한심하다. 잊었는가. 얼마전 민주노동당 창원시의원의 뇌물수수로 민노당 이미지가 상당히 추락했었던 사실을. 그 여파도 채 가시지 않았을 터인데 당직자가 술먹고 행패를 부렸다니, 당차원의 사과가 있어도 모자랄 일이다.

지난 총선 때 국민들이 민주노동당에 건 기대는 단순한 기대이상이었다. 진보정당의 출현으로 정치사를 새로이 써야할 쾌거라고까지 했다. 물론 활약상도 없지않았다. 때문에라도 민노당은 지금 국민들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자조섞인 말을 왜 하는지 되새겨봐야 한다.

일부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하여 볼 필요까지는 없다. 그러나 그 일부는 언제나 전체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들이다. 부분이 잘못되면 당연히 전체가 망가진다. 가랑비에 옷젖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주노동당은 정체성을 갉아먹는 요소는 없는지 점검, 또 점검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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