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고개에 커피나무가 자란다

언제 필지 꿈쩍도 않던 벚꽃이 어느새 만발해 꽃눈을 날리고 있다. 벚꽃하면 진해,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안민고개.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벚꽃 터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꽃 대궐도 눈을 사로잡지만 진해와 창원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라 밤에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다. 고개에 자리잡은 길카페 두 곳 중에서 ‘안민고개 에소프레소로드카페’라 불리는 곳은 김진우(32)·노현영(29) 씨 부부가 운영하는 ‘안민다방’.

커피제조기와 토스트 조리대를 설치한 1톤 트럭 뒤칸에서 부부는 손님을 맞느라 바쁘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커피 한잔은 벚꽃과 야경을 즐기는 이에게 낭만을 더한다.

부부가 안민고개에서 길카페를 운영한지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카페는 지난 2002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세자매가 운영했었단다. 미혼의 세자매가 운영하는 카페니 특히 남자 손님들이 얼마나 찾았겠나 짐작된다. 그렇게 유명세를 타면서 지난 2003년 11월에는 인터넷에 ‘안민고개에소프레소로드카페(http://cafe.daum.net/anmincafe)’라는 동호회까지 만들어졌을 정도.

이렇게 잘나가던 안민다방도 주인장이 바뀌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세 자매 중에서 맏언니가 지난해 봄에 결혼한데 이어 둘째 미영 씨도 몇 달 뒤인 5월에 단골손님과 인연이 돼 결혼하면서 현영 씨가 안민다방에 몸담게 됐다. 현영 씨는 결혼한 친구의 빈자리를 채워 일을 시작했는데 세 자매 중 막내가 유학을 떠나면서 완전히 카페를 인수하게 됐단다.

지난해 12월부터 남편 진우 씨도 일을 돕고 있다. 진우 씨는 낮에 유치원에 교육교재, 기구 등을 납품하는 일을 하고 저녁이면 카페에서 토스트 굽는 일을 전담한다. 자연스럽게 현영 씨는 갖가지 모양과 맛의 커피 만드는 일이 담당. 하루 일과는 해질녘 6시쯤에 나와서 자정이나 새벽 1시쯤에 정리를 한단다.

진우 씨는 “대부분 단골손님들이라서 겨울에 문을 닫지 않고 매일같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가 1년에 쉬는 날은 열 손가락을 꼽지 않을 정도.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와서 차량 통제될 때, 여름에는 태풍 오는 날, 설·추석 명절 하루씩. 제삿날도 좀 일찍 마친단다. 매일 저녁에 카페를 운영해야 하니 친구들 모임에 자주 빠지게 되고 눈총도 받을 만 한데 “친구들한테 한 게 있으니까 그렇지는 않은데 자연스럽게 친구들이 모임장소를 이곳으로 잡게 됐다”고 말했다.

현영 씨는 “데이트할 때 마땅찮아 드라이브 코스로 찾는 연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자동차 동호회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카페 회원들도 자동차동호회, 오토바이동호회, 무선동호회들이 많단다. 경치 좋은 곳이라면 빼놓지 않고 찾아다니는 사람들이다 보니 곳곳의 명소도 회원들끼리 정보공유를 하면서 안민다방도 입 소문을 타게 된 것이다.

부부는 “벚꽃 피는 봄, 비 오는 날, 여름에는 시원하고 철마다 나름대로 멋이 있는 곳이고 바다도 보이고 야경이 멋진 곳이니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꼽힌다”며 안민고개 자랑에 신이 났다.

아무래도 노점이다 보니 단속도 당하고 어려움도 많지 않느냐고 묻자 세 자매들이 할 때 발전기를 뺏길 정도로 힘들었단다. 그 뒤로는 안정이 됐단다. 차가 막히면 교통정리도 하는 진우 씨는 “예전에는 우범지역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렇게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명소가 되니까 봐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지환경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맛이다. 처음에 토스트 굽는 것을 시작했을 당시 진우 씨는 하루에 5~6개씩도 먹고 회원들에게도 자문을 했단다. 지금도 소스개발을 하고 있는데 곧 선보일 계획이다. 커피 맛도 마찬가지. 매일 카페 문을 여니 배우러 가지는 못하고 강사가 일주일에 한번씩 출장교육을 온다. 끊임없이 만들어서 먹어보고 부부가 토론하는 것이 일이란다.

지난 2002년 9월 결혼한 이들 부부는 유치원을 통해 만났다. 현영 씨는 경력 6년의 유치원교사였고, 남편은 유치원에 교육교재 납품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됐단다. 19개월 된 아들녀석은 매일 현영 씨의 부모님, 할머니가 맡는단다. 금실 좋아 보이는 이들도 매일 하루에 6~7시간을 같이 일해야 하니 불편한 점도 있을 텐데 어떤 것인지 물었다. 입을 모아서 자주 싸운단다. “서로 커피, 토스트 빨리 안나간다고 싸운다. 손님들 맞아야 하니까 인상을 못 쓰고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싸운 것이다.” 그럴 땐 얼굴 쳐다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등을 두드리면서 ‘토스트 몇 개’식으로 말을 한단다. 그래도 오래가지 않는다. 언제까지 안민고개서 길카페를 운영할지 장담은 못하지만 이들 부부는 ‘색다른 커피전문점’을 여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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