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교사 '왕따'...일선 현장서 교권 경시풍조 만연


교권 실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일부 학생들이 자신을 가르치는 교사를 `왕따'시키는 현상까지 벌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 ㅇ여고 2학년 교실.“왜 숙제를 하지 않았느냐”는 영어교사의 나무람에 한 학생이“선생님은 모르셔도 돼요”라며 당돌하게 대들었다. 이어 터져 나오는 학생들의 웃음소리 속에 40대 여교사는 어쩔줄 모른 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업이 끝난 뒤“선생님에게 그런 말을 해도 괜찮느냐”고 묻자 한 학생은 “실력도 없는 선생님인데 어때요”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학생들에게 봉변을 당한 여교사는“20년 가까이 교단에 섰지만 이토록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적은 없었다”며“매를 들거나 꾸짖으려고 하면 그 학생들의 친구들까지 함께 교사에게 대든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여교사는“동료 교사들에게 아이들 문제로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동료 교사들 사이에서‘능력없는 선생님'이라는 소문이 퍼져 이젠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소위‘인기' 교사들의 경우에는 일부 학생이 똑같이 대들어도 같은 반 학생들이 웃음과 박수 등으로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선생님 왕따' 현상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교총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초.중등교원 2669명을 대상으로 `교원예우 및 교권실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교공동체 생활에서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전체 교사의 33.2%인 886명이 `학생들의 교권 경시태도를 꼽았을 정도다.

지난해 남녀공학인 강남 B중학교에서는 도덕 교과를 맡고 있던 한 50대 여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고 숙제도 거부하는 등 전형적인 `선생님 왕따'에 시달리다가 결국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교사들이 스스로 진단하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는 두가지. 학교 수업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신으로 학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학교 교사들에 대한 존경심이줄어 들었다는 것과 아이들이 버릇없게 자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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