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파멸한다’라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할까? 또 정신, 정치, 사상, 의식 등이 타락하면 어떤 현상을 유발할까? 이들 두 의문의 공통점은 따져보면 ‘부패’라는 것에 있다. 그리고 ‘부패와 타락’의 관계는 사전적으로 동일시되는 관점이 있어 결국, 이들은 혼용되거나 기껏해야 적용범주로 구분하여 사용한다. 여기서 적용범주라는 것은 ‘부패’가 타인의 개입이 강한 반면, ‘타락’은 스스로도 가능하다는 정도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접근하면 이들은 동일한 구조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패(corruption)는 라틴어 ‘함께(cor)’와 ‘파멸하다(rupt)’의 합성어다. 그리고 한자로 풀어보면 ‘썩어 무너진다’라는 것으로 동서양서로 적절하게 표현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부패지수 ‘낙제젼

최근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국가별 부패수준인식지수(TI지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대적 부패지수수준은 4.5점으로 사실상 낙제점을 보였다. 이는 평가대상 154개국 중 4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제로(zero)부패수준을 ‘10젼으로 하고 최악의 부패수준을 ‘0젼으로 하여 평가한 결과이다. 그리고 이 수치는 지난 몇 년간 별다른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줄곧 4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부패현상은 노동조합과 교육계에서조차 발생하고 있어 사회전반에 대한 의혹을 떨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현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특히 개혁과 성장과정에서 겪는 단순한 통과의례 진통으로 보기엔 너무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국민적 분노는 드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정치와 정당의 부패척결에 대한 노력과, 성장과 분배에서 갈등하는 사이 사회전역에 뿌리내리고 있는 이기심이 그 원인이고 보면 더없이 가련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에 따라 수반될 사회적 불신과 적개심은 졸지에 접하게 될 사회병리를 상상함으로써 답답하기 그지없다.

한편, 중앙이나 지방정부 심지어 웬만한 조직들은 모두 부패척결을 주창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시스템(위원회 또는 특별기구 등) 구축과 법제화 또는 규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런 행위는 부패척결의 의지측면에선 고무적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와 우리의 과거를 되짚어보면 이들이 얼마나 선언적이었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을 헛되게 한 것에는 구체적이거나 현실적이지 못한 시스템 즉 개선의지가 빈약한 운영자에 의한 뻔한 위원회 구성이나 지속적 노력의 부족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부패척결은 제도개선과 의식개혁을 필수로 한다. 그리고 수행수단으로 제3의 철저한 감시기구를 두어야 한다. 이는 제도개선을 통해 척결할 주체가 사람이고 의식개혁의 대상이 사람인 까닭이며, 더욱이 운영의 주체가 사람임을 생각하면 사람의 이기심과 유혹을 감시할 장치란 너무도 당연한 이유이다. 다소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제도 아래에서도 공동의 의지를 모아 극복할 경우 이의 주체도 사람인 까닭이다. 사람의 이기와 허술한 조직의 극복은 감시로써 극복할 수밖에 없다.

도덕적 갖춘 NGO가 나서야

감시를 위해 이제 누군가가 나서야 할 때이다. 이 막중한 사명과 사회고통을 치유하고 종식시키기 위해 일어나야할 누군가가 있어야한다. 이들이 NGO(Non Governmental Organization : 비정부기구 또는 시민단체)이다. 중앙과 지역을 막론하고 도덕적 재무장과 윤리를 숙련시킨 NGO의 등장은 시대적 요구이다. 그리하여 부패친화적 요인을 감시하고 사회윤리도덕을 내걸며 분연히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NGO를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이 시대 급선무를 개혁과제로 삼음에 외롭지 않게 하여야 한다. 우리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리고 권리를 열어갈 지혜를 찾아야 한다.

/이헌(거제대학 교수

·UN의제 경남시군협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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